단통법 무엇이 문제인가
“단말기유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 “소비자·판매자·제조자 한숨 뿐 “단말기 출고가도 부풀려 왜곡 “보조금·장려금은 통신시장 특성… “즉각폐지·요금경쟁 촉진이 대안”
소비자는 비싸서 못사고, 상인들은 안 팔려서 울상인 단말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비극은 ‘경쟁’이라는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정부 관료집단과 정치권이 낳은 사생아라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컨슈머워치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예견된 파행, 무엇을 간과했나’라는 주제로 개최한 단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통사들은 경쟁 압력이 없어지니 보조금을 법적 상한(3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소비자, 제조, 유통업체가 모두 피해를 보는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온 것은 입법자들이 시장 경쟁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쟁 수단 보조금 가로막은 단통법=조 교수는 가격과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는 통신상품을 팔기 위해 최신 스마트폰을 미끼로 내세우고, 여기에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더해 가격 차별을 둬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경쟁 원리가 작동하던 이동통신 시장에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이 어설프게 개입한 결과 소비자 복리후생 악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등이 보완책으로 주장하고 있는 ‘분리 공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조 교수는 “분리 공시는 과잉금지 원칙을 규정한 헌법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가정 통신비 부담의 주 요인은 오히려 통신요금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ㆍ일본과 엇비슷하고, 심지어 브라질이나 중국보다는 싼 국내 단말기 출고가를 왜곡된 자료 해석으로 부풀리고 있는 정치권과 통신 관료들의 꼼수를 비판한 것이다. 조 교수는 “대안은 단통법 폐지, 혹은 이통사 간 요금경쟁 촉진”이라며 “원죄는 정책당국이 인허가권을 움켜잡은 것”이라고 직언했다.
▶단통법의 당초 취지는 이용자 차별 철폐=정부는 같은 스마트폰을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덤태기 요금까지 더해 바가지로 사는 이통시장의 고질적인 ‘고객차별’을 없애겠다며 국회의 힘을 빌어 단통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보조금 상한선이 결정되면서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법은 오히려 유례없는 ‘소비자 피해법’으로 둔갑했다.
당초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을 최고 40만2500원(판매점 15% 추가분 포함)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이통 3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평균’ 보조금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당시 보조금 상한을 50만원 이상으로 크게 올리거나, 또는 상한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를 무시됐다. 여기에 미래부가 나서 최고 보조금 지급 기준선을 ‘실 사용 요금 7만원’으로 정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방통위가 ‘평균치’를 근거로 산정한 최고 보조금을, 미래부가 ‘최고치’로 단어를 왜곡해 적용한 것이다. 월 실사용 요금 7만원은 국내 소비자들의 실제 월 평균 사용 요금(3만5000원 선, 이통사들 평균 ARPU)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심지어 최근 이통사들이 공격적으로 판촉하고 있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즉 ‘80요금제’ 사용자의 실 사용요금보다도 1만원 이상 높다.
전체 소비자들이 평균으로 받아왔던 보조금을, 앞으로는 상위 1% 사용자에게만 지급하도록 하니, 당연히 소비자들의 체감 보조금은 뚝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구매를 3분의 1로 줄이고, 30만 통신유통 시장 종사자들을 거리 시위에 나서는 것에서 답을 찾았다.
▶단통법 논란 해법 시장에서 찾아야=잇딴 비판에 정부는 ‘분리 공시’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제조사에 화살을 돌렸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해외와 비교해 스마트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항변했다. 우리의 용산같은 아마존의 최저가와, 보조금 ‘0’원인 통신사의 ‘출고가’를 비교한 것이다.
하지만 통신요금에 대해서는 예상 외의 반응을 보였다. “LTE 등이 보급되면서, 그 만큼 소비자의 복리후생, 또 타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진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명목요금 최고 89만9000원, 실질 요금 7만원의 월 통신비가 결코 비싸지 않다는 논리다. 같은 시간 프랑스 국민들은 월 19.9유로, 우리돈으로 2만7000원에 데이터는 물론, 국제전화까지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동통신 보조금은 통신사들의 경쟁 수단이다. 통신 3사의 망 품질, 서비스 요금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앞세워 고객에게 “우리 것을 써달라”고 호소한다. 즉 “우리가 더 싸게 스마트폰을 줄께,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해라”라는 것이다.
다만 시장 정보가 소비자의 극히 일부에게만 전달되는 문제가 나왔다. 어떤 소비자들은 정보를 발 빠르게 알고, 공짜 ‘갤럭시S5’를 샀고, 어떤 소비자는 ‘공짜’ 상술로 포장한 ‘90만원 짜리 갤럭시S5’를 사야만 했다. 이는 가격, 즉 보조금의 획일화가 아닌 정보 전달의 투명성으로 풀었어야 했지만, 정부는 엉뚱한 가격 규제의 칼을 꺼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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