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취임한지 50일이 지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거센 외풍과 맞서고 있다.
이슬람국가(IS)가 국경과 맞닿은 시리아 코바니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고 160만 명의 쿠르드족 피난민이 터키로 밀려들었다. 터키와 쿠르드족은 잦은 마찰을 빚어온 관계인데도 쿠르드노동자당(PKK)은 IS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고 미국 역시 공습동참을 요구하는 중이다.
▶테러와의 전쟁, IS와 싸워야 하나 PKK와 싸워야 하나…=터키 동부 밀집지역인 디야르바키르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전차가 진입했다. 터키가 코바니 개입을 주저하자 쿠르드족이 이에 반발했고 정부가 시위진압에 나선 것이다. IS는 터키 국경 150㎞ 앞까지 도달해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IS냐 PKK냐’의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빠진 딜레마다. 양쪽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터키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복잡한 삼각관계에 놓여버렸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PKK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터키는 지난 30년 간 자치권을 놓고 PKK와 분쟁을 벌여왔고 이번엔 IS공격을 촉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PPK는 이라크 국경인근 다글리카 기지에 주둔한 터키군을 중화기와 로켓포를 이용해 공격을 가했고 터키군은 공습으로 대응했다. 터키 전역에서 쿠르드족 30명이 사망했고 디야르바키르에서만 13명이 숨졌다. 국제사회는 IS와 싸우지 않고 되려 쿠르드를 공격하는 터키에 의문을 가졌다.
FT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PPK를 IS와 다를바 없는 나쁜 단체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자치권이다. 터키는 쿠르드족 인구를 15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시리아 내에 ‘완충지대’를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치권을 주장하는 쿠르드족이 더 이상 세력을 키우지 못하도록 인구유입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는 IS의 위협에서 멀어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미국과 다른길, 불안한 입지=터키는 인지를리크 공군기지 사용을 허가하고 IS 공습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터키의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11년 장기집권을 이룬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사회로부터 일부 비판을 받고 있어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특히 최근 수행한 PKK에 대한 터키의 공습은 IS와의 전쟁에서 PKK와 합동공격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지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항공기와 미사일, 폭탄을 투하하는 이들이 평화를 위해 그러고 있는 것 같으냐”고 반문하며 “그들은 석유자원을 탈취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FT는 미 공습에 대한 그의 발언이 반서방정서와 음모론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관심사가 아예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에릭 에델만 터키 앙카라 주재 미국 대사는 “위협 순위로 보면 IS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지만 터키에겐 여러 문제들 가운데 하나이고 어젠다 순위에서 높은 쪽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논쟁이 될 만한 요구들은 거부하고 터키가 받아들인 조건은 지상군으로 활용가능한 시리아 반군 2000명을 훈련시키는 것 뿐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푸틴’으로 불리며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으며,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터키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 통제, 비판세력 탄압, 법치주의 훼손 등으로 인권을 위협한다고 보고했다. HRW는 지난해 탁심광장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와 경찰의 과잉진압, 인터넷 통제 법안 개정, 검열 강화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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