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50인 이상 전면 적용 불과 한달여
탄력근로·유연근무제 등 보완입법은 나몰라라
집단소송·중대재해처벌·초과유보과세 등은 속도
선진국보다 규제 강한 화평법도 강화 기조
국회가 정작 절실한 보완입법에는 손을 놓고, 중복·재탕 규제에 골몰하고 있어 중속기업 경영이 시계제로에 몰렸다.
2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당장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가 5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보완입법은 감감무소식이다. 생사가 걸린 중소기업들의 아우성엔 꿈쩍 않고 집단소송제 도입, 중대재해처벌 강화 등 중복규제 도입은 속도를 내고 있다.
민생경제에 필요한 입법활동은 등한시 함으로써 명백한 입법적 작위의무 위반이란 비판도 나온다.
▶한달 후 전면 시행인데…유연근무제 감감무소식=중소기업계의 ‘발등의 불’은 주 52시간 근무제다. 올해부터 50인 이상 300인하 사업장에도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1년간의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계도기간 안에 유연근무제도를 보완해 주 52시간 확대 적용에 대비할 계획이었지만, 탄력근로시간 연장이나 유연근무제 도입 등 대비책 없이 당장 40여일 후 계도기간이 끝나기만 기다리는 상태다.
중소기업계는 탄력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고,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려달라고 건의해왔다. 노사합의를 전제로 일본처럼 월과 연 단위로 추가 연장근로도 허용하고, 특별연장근로제는 고용부장관의 인가 없이도 노사합의만 하면 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도 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논의가 어려웠다는 핑계로 보완입법은 해가 저물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중소기업계는 궁여지책으로 지난 1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계도기간을 1년 더 연장해달라 호소했다.
▶“무슨 돈으로 R&D 하라고” 현실성 없는 규제입법만 골몰=필요한 보완입법은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중소기업 현실과 법 원칙에 맞지 않는 규제만 늘리고 있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집단소송법과 초과유보소득 과세를 명시한 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6일 법무부에 집단소송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내 변호사조차 없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집단소송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파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초과유보소득 과세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유보소득으로 연구개발(R&D)을 해야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 한데 유보소득을 기업에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과세액을 늘린다는 것은 성장의 싹을 자른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법인이 향후 2년 이내 투자나 부채상환, 고용, R&D를 위해 지출한 금액에 대해서는 과세 유보소득을 제외한다고 다시 발표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 17일 조사에 따르면 중기 72%가 여전히 반대입장이다. 2년은 유보소득 적립기간으로 너무 짧다는 것이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전문 연구개발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2년 안에 신사업 R&D를 완료한다는 건 넌센스”라며 “하지 않은 배당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물리려는 게 대체 어느 나라의 법 원칙이냐”고 성토했다.
▶중복처벌·과잉입법 논란도 아랑곳=중복처벌 조항이나 재탕규제도 속출하고 있다. 정의당의 당론 1호 법안인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은 중복규제에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마저 있다. 이 법안 제5조는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난 경우 사업주에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규정하고 있다. 제11조는 중대재해 시 사업주나 법인이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의 범위에서 배상할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사망사고 시 법인은 양벌규정상 벌금 10억원 이하, 도급인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처벌을 강화했다. 형법의 특별법 형태인 산업안전보건법 외에 형법으로도 사업주 처벌이 가능한데 중복된 처벌조항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전문위원 보고서에서도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은 꾸준히 과잉입법 논란이 일고 있다. 화평법은 연간 신규화학물질 0.1t 이상, 기존화학물질 1t 이상을 제조·수입하는 기업에 대해 물질의 유해성 자료를 환경부에 의무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규화학물질 등록 기준은 일본·중국·유럽연합(EU)이 연간 1t이상, 미국은 연간 10t 이상으로 한국 규정이 외국보다 까다롭다.
지난달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화평법 개정안은 신규화학물질을 사용·판매한 자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선진국보다 규제 수준이 강한데도, 처벌 범위를 넓힌 법안이 나온 것이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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