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삶은 궁상일지라도 역시나 남자복이 있는 ‘캔디’다. 착하고 진실하며, 밝고 건강하다. 장나라의 주특기인 공감연기가 빛을 발할 ‘소녀가장’ 격 캐릭터다. 고작 두 달 만에 같은 방송사의 비슷한 ‘로코(로맨틱 코미디)물’로 장나라가 돌아왔다. MBC ‘미스터 백’이다.
‘미스터 백’은 돈, 지위, 명예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70대 노인이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30대로 젊어지며 만나는 생애 첫 번째 사랑을 담은 로맨틱 판타지 코미디물이다. 드라마에서 장나라는 극심한 취업난에 아리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불안한 청춘을 연기한다. 우연찮은 사고로 30대로 회춘한 70대 재벌남의 사랑도 받는다.
‘미스터 백’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는 사실 장나라의 전작에서 만나온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착하고, 매사에 진정성이 넘친다. 하늘이 무너져도 열심히 살아야할 캐릭터다. ‘긍정의 힘’도 넘친다. 다만 착한 만큼 어리숙했던 캐릭터는 ‘미스터 백’의 은하수를 만나며 한결 씩씩해졌다. 힘들다고 주눅들지 않는다. 다소 시끄럽고 오지랖도 넓은 데다, 해야할 말도 속 시원히 한다. 덕분에 장나라는 모처럼 대사가 빨라졌다. 대중에겐 미미할지라도 장나라로선 나름의 변화를 고심한 것으로 비친다.
앞서 지난 9월 장나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그동안 해왔던 작품에선 착한 여주인공이었다. 남자복도 꽤 있고, 여차저차해서 일복마저 터진 역할을 내내 해왔다”며서 “하지만 그 안에서 조그만 몸부림을 쳤다. 현실적으로 손바닥 뒤집듯 다른 역할이 들어오진 않는다. 이 같은 캐릭터를 좋아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가수 장나라를 연기자 장나라로 살게 해준 ‘명랑소녀 성공기’(2002)의 씩씩한 양순이를 시작으로 취업전쟁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시다 나이까지 속여가며 어렵사리 직장생활을 하게 됐던 소영(동안미녀, 2011)도, 여리여리한 외모가 나약해보이지만 신념을 가지고 학생을 대했던 기간제 교사 정인재(학교2013), 너무도 평범해 먼지 같은 일상을 살아내는 김미영(운명처럼 널 사랑해, 2014)의 모습들에선 장나라가 거쳐온 캐릭터가 차곡차곡 쌓여 변주됐다. ‘미스터 백’의 은하수는 그 미미한 변주의 또 다른 이름이다.
특히 이번 드라마에선 70대 노인과 30대 청년을 오가며 연기하는 신하균과의 조화가 벌써부터 좋다. 빈틈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신하균은 무려 4시간이나 공 들인 특수분장으로 완벽한 70대 노인으로 변신했다. 백발머리에 자글자글한 주름, 앙상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스쿠루지 영감 같은 고약한 성품을 신하균은 위화감 없이 소화하며 호평받고 있다. 세월의 길이만큼 인자함을 갖추지 못한 괴팍한 회장님은 돈은 차고 넘치지만, 누구 하나 믿고 기댈 데가 없는 외로운 사람이다.
최고봉과 은하수의 첫 만남은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떠받들기만 했던 회장님을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노인 정도로 착각한 은하수는 아무런 조건도 기대도 없이 최고봉을 살핀다. 깨진 안경을 낀 채 자신에게 손 내밀던 젊은 여성의 순수한 미소를 바라보던 70대의 밉상 노인의 설레는 감정이 짧게나마 카메라 안에 담길 땐 향후 두 사람이 보여줄 ‘케미’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드라마는 첫 출발이 좋다. ‘캔디 전문’ 장나라와 ‘연기신’ 신하균의 조합으로 안방을 찾아 14.2%의 전국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했다. 전작이었던 ‘내 생애 봄날’의 첫방송 시청률은 8.1%, 평균 시청률은 9.1%였던 것에 비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로 출발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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