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나이, 美 ‘타이니 데스크 홈콘서트’ 출연

디스트릭트 협업...세월호 ‘노란 리본’도 등장

제주바다 거센파도 속 초현실적 시공간 연출

미국 공영 라디오 간판 음악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한 잠비나이(왼쪽부터 유병구(베이스), 김보미(해금,보컬) , 최재혁(드럼), 이일우(기타,피리,태평소,생황,보컬), 심은용(거문고,보컬) [더 텔 테일 하트 제공]
미국 공영 라디오 간판 음악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한 잠비나이(왼쪽부터 유병구(베이스), 김보미(해금,보컬) , 최재혁(드럼), 이일우(기타,피리,태평소,생황,보컬), 심은용(거문고,보컬) [더 텔 테일 하트 제공]

“‘타이니 데스크’를 묘사할 때 한 번도 ‘맹렬하다(fierce)는 말을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잠비나이가 이번 공연에서 창조해낸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NPR 진행자 밥 보일런)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가 열렸다. 최첨단의 기술과 전통을 기반으로 한 음악 세계가 만나 완전히 새로운 무대를 보여줬다.

국악 기반의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가 최근 미국 공영 라디오 NPR 간판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홈) 콘서트(tiny desk (home) concert)’에 출연했다. 한국 밴드로는 씽씽, 고래야, 방탄소년단에 이어 네 번째.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콜드 플레이, 스팅, 빌리 아일리시, 노라 존스 등 국적, 연령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최고의 뮤지션들이 출연한 인기 프로그램이다. 원래 NPR 진행자인 밥 보일런의 사무실 책상에서 무대를 꾸미지만, 코로나19 이후 뮤지션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공연하는 ’홈 콘서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출연분은 무려 37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잠비나이는 이번 공연을 통해 특별한 협업과 음악 세계를 선보였다. 소속사 더 텔 테일 하트에 따르면 잠비나이는 이번 무대를 위해 코엑스 K팝 광장 전광판에 거대한 파도( ‘웨이브(WAVE)’)를 선보인 디스트릭트(d’strict)와 협업,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인 ‘아르떼 뮤지엄 제주’의 전시실 내부에 3D로 NPR 스튜디오를 구현했다. 잠비나이가 다시 만든 NPR의 사무실에는 목포 신항에 인양된 세월호와 ‘노란 리본’도 함께 걸렸다.

소속사 관계자는 “비록 ‘작은 책상 앞에 앉아있더라도 음악이 우리를 무한한 세상을 선사한다’는 타이니 데스크의 핵심 정신을 나름의 방식과 아이디어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잠비나이는 매일 음악과 예술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소멸의 시간’으로 포문을 열어 ‘온다’로 이어졌다. 무대 연출은 압권이었다. 디스트릭트의 작품인 ‘스태리 비치(Starry Beach)’와 ‘오로라 비치(Aurora Beach)’를 배경으로 거문고, 해금 등 국악기와 기타, 베이스, 드럼 등 양악기가 기세 좋게 연주를 이어갔다.

다른 차원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때 공간은 NPR 사무실로 뒤바뀌고, 다시 제주 바다의 거센 파도 속으로 배경을 바꿨다. 초현실적인 시공간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무대 연출은 그간 ‘타이니 데스크’에선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밥 보일러는 “잠비나이의 공연은 내게 강렬함과 독창성을 일깨워줬다”며 “잠비나이가 직접 NPR 사무실에 와서 이 작은 책상과 진열대를 흔드는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잠비나이는 한국 전통음악을 전공한 3인의 뮤지션(이일우, 김보미, 심은용)을 중심으로 2009년 결성됐다. 이후 2017년 라이브 세션으로 활동하면 유병구와 델리 스파이스 출신의 드러머 최재혁이 정식 멤버로 합류하면서 현재의 5인조 편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여년, 잠비나이는 한국 대중음악 안에서도 독보적인 행보를 보인 밴드로 자리하고 있다. 멤버들은 잠비나이의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개성’과 ‘경계’를 꼽는다. 멤버 이일우는 “개성이 강해 살아남을 수 있기도 했지만, 개성이 너무 강해 대중적으로 살아남기도 힘들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김보미는 “전통 국악의 틀에 갇힌 사람들을 경계 밖으로 인도하기도 하고, 일반 대중들을 전통음악의 경계 안으로 인도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계’에 선 밴드라는 특수성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이전엔 한번도 넘지 못했던 세계 무대의 경계들”(김보미)을 거뜬히 넘었다.

실제로 잠비나이는 해외 음악계에서 ‘초청 1순위’로 꼽히는 팀이다. 코첼라(미국), 글래스톤베리(영국), 헬페스트(프랑스), 로스킬레(덴마크), 프리마베라사운드(스페인) 등 세계 주요 음악 페스티벌들의 끊임없는 러브 콜을 받고 있는 유일한 한국 아티스트다.

또 한 번의 실험적 공연으로 독창적 음악색을 보여준 잠비나이의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팬들과 만나며 그들의 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멤버들은 “들었을 때 좋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 누군가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할 수 있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김보미)며 “실험적이고 독특하지만, 너무 어렵지 않은 음악, 설득력을 갖는 음악을 하고 싶다”(이일우)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