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항공전문지 인터뷰

“747-8i도 10년내 뒤 따를 것”

10대 보유...아시아나 합병땐 16대

연비 뛰어난 중형기 대거 도입 계획

대한항공 ‘점보비행기’ 5년내 완전 퇴출
대한항공이 보유한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A380 항공기 모습. [헤럴드DB]
대한항공 ‘점보비행기’ 5년내 완전 퇴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항공사의 연비 경쟁이 가속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에어버스 A380 기종을 5년 내 전량 퇴출한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사진) 대한항공 회장은 최근 항공 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에어버스 A380은 5년 안에 대한항공을 떠날 것”이라며 “점보 여객기의 상징이었던 보잉사의 747-8i도 10년 안에 그 뒤를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현재 평균 9.2년령의 에어버스 A380 기종을 10대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운항 중인 기종은 1대로, 무착륙 관광비행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A380 6대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이 이뤄지면 대한항공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A380을 많이 보유한 항공사가 된다. 1위는 생산된 A380의 절반을 사들인 에미레이트항공이다.

A380은 동체를 2층으로 설계해 최대 500명 안팎의 승객을 수용하는 점보 항공기의 대표 모델이다. 지난 2011년 해당 기종을 도입한 대한항공은 2층 전체를 비즈니스석(프레스티지 클래스석)과 면세품 전시공간 등으로 꾸미며 주목을 받았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2011년 “대한항공은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에어버스 항공기를 구매한 최초의 항공사”라며 “A380이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수년간 항공기 여행의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비효율적인 기체 특성과 코로나19가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객을 채우지 못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큰 덩치로 대형 터미널을 갖춘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한계 때문이었다.

연비가 뛰어난 중형기의 등장도 점보 항공기 퇴출을 앞당겼다. 경유지를 거치지 않고 지구 반대편을 연결하는 노선이 늘어나면서 선호도는 중형기로 쏠리기 시작했다. 저가항공 등 항공사가 급증하면서 수요가 분산된 영향도 컸다.

글로벌 항공사들은 지난해부터 A380 퇴출을 서두르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A380 4대를 오스트레일리아 사막지대에 옮겨 장기 보관에 들어갔고, UAE의 2대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은 전량 퇴출을 발표했다. 독일 루프트한자와 영국항공, 콴타스항공 등 주요 항공사도 운영 중단 또는 축소를 예고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보유한 A380과 747-8i를 순차적으로 줄이는 한편 787-9, 787-10 등을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에 대응한다는 방안이다. 중형기 787-9는 높은 효율로 장거리 노선에 특화한 모델이다. 787-10은 중대형기로 승객과 중장거리 운항이 강점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2019년 787-9 10대와 787-10 20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연료 효율성을 비롯해 환경과 경제성을 고려한 기단으로 재편해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