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끝났지만, 많은 학생들은 곧이어 치러질 대학별 수시 논술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특히 수능 등급과 학생부 성적이 다소 부족한 수험생들이 세칭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마지막 돌파구가 논술이어서 이들 학생들에겐 논술준비가 그 만큼 절실하다.
수능 이후의 대입 수시 논술은 15일부터 23일까지 25개 대학별로 치러진다. 준비할 시간은 단 몇일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이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합격여부가 달라질 것이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에도 논술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 중에는 고득점의 합격생이 있는 반면, 판단착오와 실수로 시험을 망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온라인 실시간 첨삭지도를 하고 있는 논술학원, ‘와우논신’(www.wownonshin.com 원장 조진태)이 10년간의 대입 논술교육을 통해 확인한 논술 성패의 주요 이유를 살펴봤다.
일부 수험생들은 문장이 수려하면 출제자의 의도와는 조금 달라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논술에도 정답은 있다.
▶불합격 답안= 대입 논술에서 쓴 맛을 본 많은 학생들은 “제시문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소연한다. 이들 학생은 대입 논술의 1차 관문인 ‘논지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이다.
논지(論旨)란 글의 ‘중심내용’이고, 논지파악에 실패했다는 의미는 제시문의 핵심 주제어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를 이야기한 이솝우화의 논지는 ‘노력이 재능을 이긴다’는 것이다. ‘노력과 재능’이라는 키워드를 동원해 논지를 서술해야 논술의 1차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다. 병든 부모를 산에 버린 자식이 이 산에 갈 때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는 내용의 제시문이 있다고 하자. 이 글에서는 ‘인간의 타고난 양심’이란 주제어를 끄집어내야 한다. 성선설과 성악설의 상반된 입장을 쓴 제시문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키워드이다.
보통 논술시험은 3~4개의 문항이 각각 ‘요약하라’, ‘비교하라’, ‘설명하라’ ‘논술하라’(견해를 서술하라)는 식으로 지시한다. 이때 해당 대학은 수험생이 2~4개가 주어지는 각 제시문의 논지를 제대로 파악해 이를 제대로 요약했는지, 비교했는지, 설명했는지를 평가하여 점수를 매긴다.
이를 테면 4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라는 중앙대의 2014학년도 수시 논술 문제에서 중앙대는 총 30점 만점에 4개 제시문의 논지 차이점을 서술했으면 20~25점, 3개는 15~19점, 2개는 10~14점, 1개는 6~9점을 배점했다. 30점 만점에 최대 25점이 논지파악과 이에 따른 비교서술에 달려 있으니, 독해가 부족한 학생은 절대로 합격할 수 없는 것이다.
거의 전부의 대학이 밝힌 채점기준은 한마디로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논술채점의 우선순위는 내용, 구성, 그리고 표현 순인데, 제시문과 제시문에 덧붙여진 도표의 정확한 독해를 전제로 대학이 요구하는 논지를 요약·비교·설명할 때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논술하라’(견해를 서술하라)는 지시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험생 본인의 주장 또는 견해를 펼치는 문항도 제시문에 담긴 논점의 범위에서 글을 써야지, 결코 제 멋대로 쓰라는 주문이 아니다. 독해와 독해의 적용에 이어 창의적 서술을 요구하는 논술 문제의 경우 ‘논점을 벗어나지 않는’ 창의적 글쓰기가 요구된다.
▶실격 답안=불합격 답안과는 별개로 매년 실격답안도 상당수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격’이란 대학 측이 경고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수험생이 한 경우로 점수에 상관없이 불합격처리 된다는 뜻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감점’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내용 점수와 상관없이 탈락시킨다.
실격답안의 가장 많은 유형은 답안지에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한 경우이다. “교수님. 끝까지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진심 합격하고 싶습니다.” “OO대 사랑합니다” 등의 글을 적었다면, 이 모든 경우가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에 해당하여 실격된다.
글이 아니더라도 ‘이모티콘’ 같은 부호를 답안에 사용하는 경우도 불이익을 당한다. 서강대의 경우 ‘이모티콘 사용금지’를 논술전형 요강에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실격 또는 감점의 또 다른 사유로 필기구를 잘못 사용한 경우도 있다. 대학마다 필기구 요건이 상이한데, 어떤 대학에서는 볼펜과 연필을 모두 허용하고, 어떤 대학은 볼펜만 허용하며, 또 어떤 대학은 볼펜을 허용하되 수정테이프(수정액)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만일 볼펜만 허용된 대학에서 연필로 쓴 다음에 그 위에 볼펜으로 쓰고 지우개로 연필 글씨를 지웠다면 어떻게 될까. 연필자국이 남아 있다면 그것도 실격사유가 될 수 있다. 대학에 맞춰서 볼펜과 연필을 선택해 연습해야 하고, 원고지 표기법에 따른 오탈자 수정 요령도 사전에 익혀둬야 한다.
학교마다 답안지 형식도 다르다. 대부분의 대학에선 원고지 형식의 답안지가 나오지만, 성균관대와 서울여대 등은 줄만 그어져 있는 답지가 나온다. 답안지에 문항별 답안작성 공간이 구분되어 있는 대학도 있지만, 수험생이 답안지에 <문항1> <문항2> 식으로 적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선 답안의 제목을 따로 적지 않도록 하는데, 기어코 답안의 제목을 만들어 다는 수험생도 있다. 물론 감점 또는 실격사유가 된다.
▶합격 답안의 요건= 위의 불합격과 실격 사유를 반면교사로 삼아 고득점을 올릴수 있는 ‘합격 답안’은 어떤 요건을 갖추고 있을까.
합격 요건의 우선순위는 논지의 정확한 파악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 가장 중요하고, 어떻게 전개했느냐는 ‘구성’이 두번째이며, 뛰어난 문장력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이 3순위이다. 문인 이나 기자를 뽑는 게 아니라 대학생을 선발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논리적·창의적 서술이 우수하고, 글의 논리적 구성과 전개가 양호하며, 답안의 분량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으면서 맞춤법과 원고지표기법을 지키면서 주술관계 등의 문장력이 뛰어난 답안이 당연히 고득점 답안이다.
일부 대학에서 공개한 수시 및 모의고사의 모범답안을 살펴보면, 간혹 문장이 매우 서툴러 보이는 답안의 사례를 접하게 된다. 소설가와 시인, 칼럼니스트 등의 글쟁이 관점에서 보면 고개가 절로 돌아가는 글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이다. 이는 글 자체로는 납득이 가지 않다가도, ‘4개 제시문 중에서 몇 개의 논지를 맞췄느나’는 식의 채점 기준을 확인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사실은 대입 논술시험에는 대학이 요구하는 ‘정답’이 있으며, 이 정답을 써야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abc@heraldcorp.com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