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들이 고기 대용으로 흔히 먹는 게 식물성 고기, 콩고기다. 국내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체육이 또 있다. 식물성이 아닌 세포배양육이다. 이는 동물세포를 소량 떼어내 배양시켜 만든 고기다. 여기에 빌 게이츠, 잭 웰치 전 GE회장,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 유명 기업가들이 수년 전부터 수조,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
식품 전문 저널리스트 체이스 퍼디는 기후위기와 비윤리적 동물사육을 대체할 미래 먹거리인 바로 그 배양육 산업의 뜨거운 현장을 찾았다.
여기에는 식물성 액상 달걀 ‘저스트 에그’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유니콘 기업 저스트 등 아홉 개 스타트업이 포함됐다.
각종 배양육의 시식은 기본으로, 저자는 특히 저스트의 세포배양육 닭가슴살이 실제 닭가슴살처럼 여러 가닥의 실처럼 떼어지는 질감을 그대로 재현해낸데 놀라움을 표하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기업은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다. 미국내 푸드테크 기업들이 페이스트 형태에 관심을 쏟는 데 반해 이들은 세포가 배양액에서 자라는 과정을 건너 뛰고 원통형 바이오리액터에서 스테이크 형태와 같은 3D구조의 소고기를 키운다. 그 중 투비아는 2023년쯤 전 세계에 스테이크 제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책에는 닭 없이 달걀흰자를 만드는 기업 클라라푸즈, 오직 실제 우유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유청 단백질, 카제인을 만들기 위해 효모를 이용하고 있는 퍼펙트데이 등 SF같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배양육의 장점은 탄소배출, 동물복지 외에 철저히 살균된 통제된 환경에서 세포를 배양하기때문에 생고기가 지닌 세균의 위협에서 자유롭다.
다만 육즙이나 지방질 등에서 본래 고기와 다소 차이가 나고, 배양비를 낮추는 과제가 있지만 이는 기술발전으로 해결 가능할 것으로 저자는 판단한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옥스포드대 보고서는 세포배양육 생산에 드는 총 에너지 소비량이 당초보다 네 배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세포배양액으로 무엇을 쓰는지 업계의 투명성도 해결 과제다.
기업형 동물농장 시스템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지구온실가스의 18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실가스감축이 전세계적 화두가 되면서 세포배양육은 대안으로 더욱 주목받을 게 분명하다.
싱가포르는 2020년 11월 저스트의 배양 닭고기 제품의 시판을 허용하는 등 규제당국의 시선도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푸드테크 혁명에 얼마나 준비된 걸까?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