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브랜드 아파트 시대다. 브랜드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천양지차(天壤之差)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누구든 시공사가 어디냐를 제일 중요시한다. 심지어 시공사조차도 자신들의 브랜드파워를 높이고자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듯한 외관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브랜드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지방의 경우는 달리 봐야 한다. 건축허가 전 단계까지의 심의, 시공 과정에서 지방기업 의무 참여, 사용승인을 위한 감리 단계에서의 영향력 등이 서울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시행사업의 경우, 시간이 결국 돈이 되는 구조다. 일단 토지 구입을 위해서는 계약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상태에 놓이는데 이 돈에는 금융비용, 즉 이자가 붙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시행사들은 최소한 건축허가라도 빨리 받길 원한다. 건축허가가 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되는 한편 선분양도 시도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초 설계 단계부터 건축허가 전까지 토목구조 등 여러 단계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 장애가 된다. 심의에는 각종 절차가 있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심의를 거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 결국 사업의 사업성 자체가 망가질 수가 있다. 여기서 지방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심의위원 상당수는 지방의 고위 공무원 출신이거나 현직 공무원과 친분이 있는 지방대 교수, 지방 설계사무소장, 지방 심의대행업체 대표와 친분이 있는 사람 등이다. 공무원은 본인들이 편하게 심의를 맡길 수 있는 위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심의위원들 역시 이미 그들만의 카르텔을 만들어놓았기에 굳이 외부에 친절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그 심의위원들이 어떠한 불법을 저지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울의 설계사무소가 지방의 심의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의례 심의대행 절차는 지방 업체를 활용한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지연되는 심의기간이 두렵기 때문이다.
공사 단계에서는 당연히 하청이 활용된다. 하청은 적법하지만 지방의 경우 당연히 지방의 업체에게 하청을 줘야 한다. 때로는 지방업체가 공동사업자로 들어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큰 회사가 온전히 시공을 하는 경우는 찾을 수가 없다.
감리 단계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 세상에 부실 시공을 눈 감아주는 감리가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지방의 일을 하면서 서울 업체가 감리를 하는 경우 역시 없다. 서울의 업체가 감리를 하면 지자체는 정말로 매뉴얼대로만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공에 나아갔으면 결국 분양계약에 따른 입주예정일을 지켜줘야 하는데 지자체가 너무 매뉴얼대로만 하려고 하면 답답한 쪽은 시행사가 된다. 그러니 시행사는 당연히 지방의 설계사무소에 감리를 의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지방 설계사무소의 경우 너무도 느슨한 기준으로 사용승인 허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건은 분명히 인재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일차적 잘못이 있으며 최종적 책임은 현대산업개발에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만의 문제인 걸까. 어쩌면 심의나 감리 단계에서 안일한 생각들을 한 모두가 죄인일 수 있다.
김연기 변호사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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