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격화되는 ‘쩐의 전쟁’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가 경쟁사인 TSMC, 인텔 등을 압도했으나 투자 비중은 TSMC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 법안 통과 등이 유력해진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쩐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 규모는 43조6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94조1600억원(반도체)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46.3%를 시설확충과 생산량 확대에 투입했다.
글로벌 경쟁사인 TSMC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300억3900만달러(약 36조318억원)를 집행했다. 투자 규모는 삼성전자의 82.6% 수준이지만 매출(568억2200만달러) 대비 투자 비중은 52.9%에 달했다. 매출의 절반이 넘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 셈이다.
반면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인텔은 790억2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시설투자는 187억3300만달러(약 22조4700억원)에 그쳐 투자 비중은 23.7%로 나타났다. 인텔의 시설투자액은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투자액은 1460억달러로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시설투자 규모는 전 세계 60%를 차지한다.
올해도 이들 3개사의 투자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TSMC는 최대 4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47% 늘어난 수치로, 이미 지난해부터 3년 간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20억달러를 들여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올해 인텔 역시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나서면서 투자 경쟁에 불을 지폈다. SK하이닉스에 낸드 사업을 매각한 인텔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고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평택캠퍼스 확충과 함께 170억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금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에만 투자하겠다는 자금 규모만 171조원이다. 인텔에 이어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TSMC를 넘어서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올해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평택 반도체 3·4공장과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고려하면 7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기존 투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 규모를 확대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기존 투자 기조 유지는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는 메모리 사업(D램, 낸드플래시 등)과 비메모리 사업(파운드리 등)이 포함된다.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고 ‘솔리다임’을 설립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3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올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매입과 미국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등 투자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AMD, 퀄컴, 엔비디아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기업들이 생산시설 확충과 같은 시설 투자가 크게 필요치 않은 반면, 삼성전자 등은 시설 투자가 곧 사업 경쟁력과 직결돼 투자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피터 한스베리 베인앤컴퍼니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CNBC에 “2021~2025년(글로벌 반도체) 투자는 2016~2020년의 2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첨단 기술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웨이퍼 제조 과정이 늘어나고 값비싼 생산 설비가 필요할 뿐 아니라 많은 기술 분야에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시설 투자가 ‘치킨 게임’ 수준으로 격화돼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지만, 당장 올해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등 올 1분기 일부 불확실성에도 서버나 PC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급 과잉 우려가 예상되는 시점은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의 설비투자가 마무리돼 양산을 시작하는 2024년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5835억달러로 5000억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가트너 역시 오는 2025년께 공급 과잉을 우려하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매출 규모를 6925억달러로 내다봤다. 2030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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