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연 서울예술기획 대표 인터뷰
코로나19 극복한 참신한 기획 ‘음악맛집’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첼리스트 요요마,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 빈 소년합창단, 이무지치 실내악단… 1990년대 세계적인 연주자와 연주단체들을 국내 클래식 공연계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최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손정연 서울예술기획 대표는 “그 때만 해도 해외에서 유명 연주자가 한국에 온다고 공연이 되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1986년 공연 기획을 시작한 이후 지난 36년간 척박했던 클래식 음악계를 개척해왔다. 지난 시간동안 쉬운 날은 없었다고 한다. ‘소수의 문화’인 국내 클래식 시장에 더 많은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위해 자비를 털어넣었다. IMF부터 메르스까지 지난 30여년간 역경과 고비는 수도 없었다. “아파트를 팔고 집을 줄여가며 버텼어요. 국민 소득 3만불 시대가 오면 클래식 시장도 커질 거라 생각했어요. 힘들지 않은 때는 없었는데 코로나19는 가장 큰 위기였어요.”
팬데믹이 당도한 2020년, 국내의 작은 클래식 기획사들이 줄줄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공연장이 문을 닫으니 올릴 수 있는 무대가 없었다. 매니지먼트를 겸하지 않고 해외 아티스트 초청 공연을 주로 올리는 경우 적자를 기록한 ‘버티기’의 나날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 기획사들은 내한 공연을 올릴 수 없고, 국내 연주자들은 설 무대가 없는 상황이 시작된 거예요. 그동안 해외 아티스트, 스타급 국내 연주자에게 의존하다 보니 클래식 계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심해졌어요. 코로나19 이후엔 조금 더 지속가능한 클래식 공연을 생각해야 하는 때가 온 거였어요.”
클래식 공연계에 코로나19는 특이점이었다. 기존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가 없었다. “국내 연주자들에게 설 무대를 마련하면서도 참신한 기획의 공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예술기획은 코로나19로 주저앉는 대신 이색적인 무대를 기획했다. 비욘드 더 클래식 ‘음악맛집’ 시리즈다. 지난해 5월 소리꾼 고영열, 바리톤 고성현,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떠오르는 바이올리니스트 고소현 등 음악 장르를 대표하는 ‘고씨 아티스트’ 네 명을 주축으로 한 ‘음악맛집 고가네’라는 무대를 꾸몄다. 공연의 제목도 고심 끝에 탄생했다. 팬데믹으로 클래식 공연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진 만큼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조금 더 인상적인 제목을 붙였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서 떠올린 제목이기도 해요. 사람들이 맛집을 찾아다니듯이 ‘클래식당’에 오면 맛있는 음악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오는 18일에는 이 시리즈의 두 번째 무대인 ‘음악맛집 클래식당’(예술의전당)이 관객과 만난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팬텀싱어3’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고영열, 베이스 구본수를 비롯해 구독자 12만명의 유튜버 첼로댁으로 활동 중인 첼리스트 조윤경,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클라리네티스트 백동훈이 함께 한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음악 장르와 협업할 수 있는 무대를 기획했어요. 정통 클래식 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면서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재미와 아티스트의 실력이었어요.”
재밌는 클래식 공연을 위해 “탄탄한 실력의 아티스트를 발굴해 양질의 무대를 기획”했다. 각 분야에서 인지도를 갖춘 음악가들을 구성해 쉽고 재밌는 토크 무대까지 덧붙인 공연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설을 곁들이는 것이 아니라 예능형 토크쇼를 연출해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면 관객들이 더 흥미로워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무대에선 ‘클래식에 미치다’를 운영한 젊은 지휘자 안두현과 뮤직테이너 송사비가 MC를 맡았다.
신선하고 재밌는 기획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됐다. 손 대표는 “지금의 클래식계는 공급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엇비슷한 클래식 공연이 대다수라 차별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신진 아티스트,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클래식 음악이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기 위한 기획은 생존의 방법이었어요. 조금 더 재밌고 친근한 공연을 징검다리 삼아 더 많은 관객들이 ‘클래식도 별 거 아니네’라는 생각을 가지고 편하게 생각하면 더 바랄게 없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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