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예산도 가뜩이나 부족한데 6000만원이나 들여 방송 출연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미 검증된 프로그램도 아니고 그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이지만 주무부처에서 진행하는 만큼 참가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부터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새로운 홍보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요즘 방송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예능 프로그램을 과학에 접목시키겠다는 것.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한 종합편성 채널과 과학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다. 13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과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 1개 연구지원기관 등 18개 기관이 여기에 참여한다. 과기계에 따르면 이 과학예능은 양자기술, 감염병, 첨단 바이오, 탄소중립,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탐사, 차세대 통신기술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10개 과학기술 분야를 선정, 유명 연예인들과 출연연 및 과기특성화대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이번 과기정통부의 과학예능 진행과 관련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과학을 알기 쉽게 국민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되지만 방식과 규모에서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먼저 과기정통부는 프로그램 제작기관 선정에 있어 적절한 공모 절차 없이 특정 방송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프로그램 제작에는 참여 기관별로 약 60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18개 기관이 10억8000만원을 쓰는 것이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검증된 프로그램이 아닌 새로 만드는 프로그램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는 셈이다. 더욱이 일선 연구 현장의 요구가 아닌 부처 중심의 톱다운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산하기관에서는 주무부처의 눈치 아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기관 연간 홍보예산이 1억원 남짓인데 이번에 6000만원을 쓰게 되면 다른 홍보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면서 “과기정통부에서는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참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18년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실시한 기획취재지원사업과 관련된 질타의 목소리가 컸었다. 이번 과학예능에 참여하는 출연연 등은 이 같은 사례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크다. 실제 국감에서 지적돼 여론의 뭇매를 맞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과학기술 출연연의 임무는 자명하다. 국민의 삶과 연관된 우수 연구 성과를 풍성하게 내놓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다면 그 자체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일부러 알리려 하지 않아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저절로 각인될 것임은 틀림없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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