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행사’로 여겨졌던 외식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취향과 선호에 따라 맛집이나 멋집을 순례하는 취향의 시대다. 각종 진미를 맛보고 사교 활동을 할 수 있는 음식점은 고대 로마시대에도 성행했다. 고고학자들은 박제화된 도시, 폼페이에서 술집과 레스토랑만 160여개를 발굴했다. 특히 델라본단자 거리는 지금의 뉴욕 맨해튼 5번가에 비견될 정도로 북적이고 화려했는데, 피자와 와인, 고기와 각종 진귀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외식 문화는 한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당대의 식생활은 물론 주거환경과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작가 윌리엄 시트웰은 ‘외식의 역사’(소소의책)에서 로마 제국의 술집에서부터 최근의 채식주의 유행까지 외식 문화와 레스토랑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셰프의 하얀 모자와 레스토랑의 운영 시스템은 멀리 오스만 제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스만 제국 사람들은 요리에 자부심이 대단했다. 영토 확장과 함께 각국의 요리가 접목돼 다채로왔다. 술탄은 수프와 고기 스튜, 미트볼, 케밥, 필라프와 토마토, 호박, 부추, 양배추 같은 채소 음식, 튀김과 수십가지 디저트와 셔벗 등으로 식사를 했는데, 현대인들에게도 익숙한 식단이다.
오스만 제국 사람들이 외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식사 시간에 맞춰 궁전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것. 술탄을 위한 고급요리와 함께 백성을 위한 소박한 음식이 제공돼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점차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규제가 생기기도 했다. 양배추나 포도 잎에 채소를 채운 음식을 파는 가게, 소시지를 파는 가게, 샐러드, 스튜나 수프, 케밥을 파는 가게 등 제각각 전문 음식을 팔았다. 16세기 중반에는 커피하우스가 크게 유행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강제 폐쇄됐다.
혁명은 외식문화에 불을 당겼다.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집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호텔과 펍이 생겨나고 전 지역의 음식이 섞이게 된다. 프랑스는 혁명시대에 저택의 요리사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외식문화가 발달, 1789년 파리에 50개 정도였던 레스토랑 수는 10년 뒤 500개로 늘어나게 된다.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유럽의 외식 문화와 달리 미국의 패스트푸드 혁명은 다양한 산업 발전과 이민자 증가에 연유한다.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 서브웨이, 맥도날드, 버거킹, 던키도너츠, 피자헛, 타코벨 등의 브랜드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음식 제국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은 스타 셰프와 평론가들이다. 19세기 마리 앙투안 카렘은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내놓는 방식에서 코스 요리 방식으로 바꾸었다. 가스 스토브를 주방에 도입한 알렉시스 스와예, 타코 기계를 발명, 패스트푸드 열풍을 일으킨 후벤시오 말도나도,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고든 램지, 사이먼 홉킨슨 등 미슐렝 스타 셰프까지 풍성한 외식문화의 역사를 즐길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외식의 역사/윌리엄 시트웰 지음,문희경 옮김/소소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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