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시대, 전략기술 선점과 경쟁력 우위 확보가 국가생존의 핵심이다. 글로벌 경제 체제가 냉전 시대를 지나 신자유주의의 팽배를 넘어 패권경쟁으로 치닫는 동안 우리나라가 겪은 수많은 위기극복과 경제성장에서 과학기술은 핵심적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경험을 국가혁신 시스템이라는 큰 정책틀로 정립했고 현재 NIS2.0 체제로 국가혁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기술패권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서 추가적으로 챙겨할 내용은 ‘국가전략성’이다. 혁신 주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돕는 방식만으로 감당하기에는 경제·사회에 미치는 패권적 영향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과학기술의 국가전략성을 포함한 NIS3.0을 준비해야 한다. NIS3.0에서는 혁신의 자유와 임무를 이중화해 함께 다뤄야 한다. 자유로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보편적 기반 영역과 국민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한 전략적 필요에 준비하고 대응하는 목적성 임무 영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발전과정에서 국가임무형 혁신체제의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는 싱크탱크를 구축하고 운용해왔다. 국가정책을 연구하고 관련 지식을 생산하고 축적·활용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와 26개 분야별 국책연구기관들이 한 축을 이루고 있고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25개 과학기술연구기관이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과학기술연구회를 중심으로 과기연구기관들은 융합 연구를 하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별도로 국책연구기관 간 협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전략성에서 도출된 임무형 과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두 연구회의 소속 연구기관이 ‘정책’과 ‘기술’을 포괄하는 통합 연구로 접근해가야 한다. NIS3.0에서는 국가싱크탱크가 보편적 과학기술혁신 기반 영역의 대학, 기업 등 다양한 혁신 주체와 함께 만나 국가전략 목적 임무과제에 대해 협력하는 열린 혁신플랫폼이 작동하게 해야 한다.
개발 시대 국가 성장을 위해 정부가 민간이 갖추지 못했던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던 시기가 끝나면서 국가 싱크탱크들인 국책연구기관과 과기연구기관은 2000년대부터 지난 20여년간 반복적으로 연구기관혁신을 요구받고 시도해왔으나 분명한 길을 찾지 못해 갈등을 반복해왔다. NIS3.0에서 국가전략 목적성 임무영역을 국가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하는 협력 체제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가 싱크탱크에 예산을 출연하거나 지원하는 방식을 정비해야 한다. 정부출연금에서 추진하는 기본연구사업은 원석을 가공해 보석알을 만드는 작업과 같고 개별 기관이 확보하는 수탁사업은 그 보석알을 엮어 목걸이를 만드는 일과 같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기본연구사업은 기관별로 지식기술 연구역량을 구축하는 목적으로 투자 방향을 설정하고 수탁연구사업을 통해 국가정책과 관련된 연구기관 및 혁신 주체 간의 융합 연구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재정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국가전략 목적성 임무과제의 통합 정책에서 개별 부처의 역할에 따라 주요 정책 및 연구개발로 연계될 수 있도록 구조화하고 개별 연구자 수탁 방식에서 연구기관 책임 수탁 방식으로 지정수탁제도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키워온 국가정책과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지성집단이 지난 60여년간 응축한 역량을 발판 삼아 과학기술혁신을 넘어 국가혁신으로 기술패권 파고를 넘어 나아가기 바란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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