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전투표율로 ‘축제 분위기’ 찬물 끼얹은 선관위
임시보관함으로 사용된 플라스틱 바구니·쓰레기봉투
특정 후보에 기표된 용지 담긴 봉투 배부…천태만상
여야 한목소리 질타…국민의힘, '정권교체' 명분으로
민주당, 정부 책임론에 선 긋기…선관위 책임론 부각
본투표일 보완 대책 발표…훼손된 정당성 극복 관건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에 대한 총체적인 부실 관리가 제20대 대통령선거의 막판 뇌관으로 떠올랐다. 36.93%의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해 축제의 분위기였던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는 안일한 상황 인식과 준비 부족, 부적절한 대응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7일 여야는 선관위의 안일한 대응에 한목소리로 질타하면서도 ‘부정선거’ 의혹으로 빠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누가 이기더라도 부정선거 소용돌이에 빠질 경우 치러야 하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에 여야의 의견이 일치하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는 사전투표 이튿날인 5일 오후 5~6시에 임시기표소에서 별도로 투표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으로 옮기기 위한 임시보관함으로 플라스틱 바구니, 쓰레기봉투, 택배상자 등이 사용됐다. 특정 대선후보에게 기표가 된 용지가 담긴 봉투가 확진·격리자에게 배부되고, 임시보관함을 투표함으로 옮기는 과정을 감시하는 참관인이 배석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사전투표하려는 확진·격리자가 몰리면서 장시간 실외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도 속출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는 안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는 한목소리로 선관위의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이번 사태로 누가 이기더라도 곧 차기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2020년 4·15총선 때부터 시작된 일각의 사전투표 부정선거 음모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대선의 승패가 근소한 차이로 결정될 경우 정권 출범부터 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여야의 셈법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부실 대응을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으로 이어가며 ‘정권교체’를 위한 본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민 주권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며 “이렇게 나태하고 오만한 정권에 대해 본 투표에 참여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권교체 여론이 본 투표일에 결집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 책임론을 부각하며 정부 책임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데에 힘을 주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저희도 어이가 없어서 행정안전부 장관한테도 이야기했지만 선관위가 헌법기관이고 선관위원장도 대법원에서 추천한 분”이라며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강력히 경고, 항의를 했고 9일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부탁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제기하는 ‘책임자 거취 표명’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선거를 끝내고 소관 상임위에서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건은 훼손된 정당성을 본 투표일에 극복할 수 있느냐다. 선관위는 이날 긴급 전체위원회를 소집하고 확진·격리자가 직접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 ‘직접선거’ 원칙을 보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와 정당에 관한 사무를 위해 독립된 헌법기관의 지위를 가진 선관위가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선거의 대원칙을 훼손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오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5일 출근하지 않아 비판받았던 노영희 위원장은 이날 선관위에 출근하면서 “우선은 본 선거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며 “다른 말씀은 다음 기회에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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