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고전의 재해석·전통의 현대화
유니버설발레단ㆍ국립극장은 발레로
국립정동극장은 전통연희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봄의 시작에 ‘춘향’이 왔다. 드라마, 영화, 창극을 통해 숱하게 봤던 춘향은 이제 완전히 다른 옷을 입고 날아오른다. 익숙한 인물들을 담아내는 그릇이 달라지자, 새로운 창작품이 됐다. 발레 ‘춘향’과 전통연희 ‘춘향’이다. 두 작품 모두 ‘전통의 재해석’으로 각기 다른 춘향을 그려낸다.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극장은 익숙한 우리 고전에 발레를 입힌 ‘춘향’(3월 18~20일)을 선보인다. 지난 2007년 세계 무대를 염두하고 기획, 초연 무대를 가진 ‘춘향’의 키워드는 ‘조화’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졌다.
무대 위 무용수들은 튀튀(tutu, 발레리나가 착용하는 스커트)를 벗고 한복을 입었다. 무용수들이 입는 170여벌의 의상은 한복 패션쇼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수차례 재연을 통해 발레 ‘춘향’이 한국의 전통미를 강조한 안무를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발레 본연의 정체성을 살렸다. 음악 역시 순수 창작곡 대신 클래식으로 바꿔 ‘춘향’의 서사와 감정을 풀었다. 유병헌 음악감독이 안무와 음악을 맡았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대사가 없는 발레 안무는 스토리텔링과 특유의 정서를 전달하고 시각화 하는 것이 어려워 음악의 시각화가 발레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유병헌 예술감독은 차이콥스키의 숨겨진 명곡을 직접 선곡하고 편곡자의 세심한 손길을 더해 ‘춘향’의 장면 장면이 더 드라마틱하고 극적으로 눈앞에 펼쳐지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백미는 춘향과 몽룡의 2인무다. 판소리 춘향에서도 명장면으로 꼽히는 초야, 이별, 해후의 다양한 감정들이 파드되(2인무)로 전달된다. 첫날밤의 긴장과 설렘, 이별을 앞둔 두 사람의 슬픔과 절망,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환희가 감정 변주와 고난도 테크닉을 더한 춤으로 몰입감을 높인다. 일명 ‘사이다’ 장면인 몽룡의 장원급제와 어사출두 장면에서 강렬하고 역동적인 남성 군무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무대는 특히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부부 무용수인 강미선이 춘향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몽룡을 맡았다. 푸른눈의 몽룡을 만나는 기회다. 또 손유희-이현준 부부, 홍향기 이동탁, 한상이 강민우 콤비가 관객과 만난다.
문훈숙 유니버설 발레단 단장은 “발레 ‘춘향’은 팀워크의 산물이다. 고전과 현대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동시에 안무, 음악, 의상, 무대까지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하다”라며 “‘춘향’은 예술의 깊이와 외연은 물론 교훈까지 갖춘 발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정동극장은 올해 예술단의 첫 번째 정기공연의 주인공으로 춘향을 택했다. 시대와 신분의 한계에 갇히지 않은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춘향_날개를 뜯긴 새’(13일까지, 국립정동극장)다. 이 작품은 2009~2013년까지 국립정동극장이 선보였던 ‘미소(MISO)-춘향연가’를 모티브로 했다. 작품은 17세기 ‘춘향전’의 스토리에서 벗어나 춘향의 시점으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춘향’ 캐릭터로의 감정이입을 통해 현대사회에 갇혔던 삶에서 해방감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는 ‘어벤저스 제작진’이 참여한다. 연출은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드라큘라’ 등으로 관객과 만났던 노우성이 맡았다. 노 연출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춘향과 몽룡의 환경은 다르나 철저하게 구속돼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날개를 뜯긴 새’라고 표현했다”며 “이 작품의 키워드는 사랑과 저항이다. 춘향의 몸짓을 중심으로 사랑과 저항정신의 메시지를 담아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무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이규운 지도위원이 맡았다. “한국무용의 깊은 움직임과 탈춤 등을 기반으로 한 해학적인 움직임, 전통연희의 요소와 장단을 기반으로 한 안무를 통해 자유와 구속의 메시지를 중점으로 춘향의 움직임을 표현한다”는 설명이다. 전통연희 무대인 만큼 연희집단 더(The) 광대의 대표인 안대천이 연희지도로 참여한다. 그는 “창작 전통연희 작품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국립정동극장 예술단과 새로운 전통연희 공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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