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러 만행’ 비난여론 확산

“비유도재래식폭탄 사용 징후목격”

美당국자 “민간 인프라·희생 증가”

英도 다연장 로켓발사대 사용 확인

CIA “푸틴, 이틀내 키이우 점령 계획”

열기압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A’를 싣고 우크라이나 내에서 이동 중인 러시아 군용 트럭의 모습. [영국 국방부 트위터]
열기압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A’를 싣고 우크라이나 내에서 이동 중인 러시아 군용 트럭의 모습. [영국 국방부 트위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심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대량살상무기를 활용한 ‘무차별 폭격’을 시행하고 있다는 증거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정밀폭탄을 사용해 민간인 피해 없이 군사적 목표물만 타격하고 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함과 동시에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을 확산시켜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미국)는 러시아군이 ‘비유도 재래식 폭탄(dumb munition)’을 일부 투하하고 있다는 징후들을 갖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민간 인프라 파괴와 민간인 희생이 증가하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도심지역에서 비유도 폭탄을 사용해 공격한 것이 확인되면 러시아가 민간인 희생 가능성을 안중에 두고 있지 않다는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의 아동병원에 러시아군이 폭탄을 투하했다고 비난하면서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 마리우폴에서 최소 117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고의로 민간인을 목표물로 삼고 있다고 규탄하고 있다.

다만, 미군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군이 비유도 재래식 폭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에 대해선 밝히길 거부했다. 또, 마리우폴 아동병원 공격도 비유도 재래식 폭탄에 의한 것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영국 국방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서 열기압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A’ 사용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가 게시한 1분 15초짜리 영상에는 TOS-1A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상은 “TOS-1A는 열기압 탄두를 탑재한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로 러시아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체첸에서 사용했다”며 “열기압탄은 기존 폭발물보다 폭발 효과가 더 오래가며, 인프라 파괴는 물론 내부 장기에 심각한 화상을 입히는 무서운 무기”라고 소개했다.

‘진공 폭탄’으로 불리는 열기압 무기는 산소를 빨아들여 강력한 초고온 폭발을 일으킴으로써 사람의 내부기관에 손상을 준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무차별적이고 파괴력에 센 까닭에 비윤리적인 대량살상무기로 인식된다.

영국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인을 상대로 TOS-1A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불법”이라며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거나, 민간인이 입을 피해가 군사적 이익보다 과도하게 크거나,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 정보기관 책임자들은 전날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정보위 연례 청문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인 역경과, 국제사회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이틀 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점령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앞으로 몇 주가 우크라이나에서 매우 험악한(ugly)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화가 났고 좌절했으며, 민간인 사상에 관계 없이 우크라이나군을 꺾기 위해 한층 밀어붙일 것(double down)”이라고 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