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강진 유배생활 중 ‘논어고금주’를 완성했다. 공자 이후 학자들의 주석서를 모아 편찬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함께 밝히는 작업은 그닥 어려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끝을 알 수 없는 귀양살이로 심신이 쇠약해진 터에 생각보다 마음 쓰는 일이 적지 않아 이가 셋이나 빠졌다. 잠시 손을 놓고 자연과 벗하며 쉬려 했지만 글을 놓치 못했다. 다산에게 ‘논어’는 학문의 즐거움이자 어려움에 처한 자신을 지켜주는 버팀목이었다. ‘논어’만은 평생을 두고 읽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그에게 이 일은 숙명과도 같았다.
작업이 간단치 않았던 건 가장 권위있는 주자의 ‘논어집주(論語集注)’라든지 하안의 ‘논어집해(論語集解)’ 등 유명 학자들의 주석서에서 적잖은 해석의 오류를 발견한 데 있다.
다산은 이를 그냥 넘기지 못했다.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책을 덮고 눈을 감은 채 앉아 밥 먹는 것도 잊고 잠자는 것도 잊고” 사유했다. 그러노라면 반드시 새로운 의미나 이치가 번뜩 떠올랐다고 한다.
다산이 주자의 ‘논어집주’에 과감하게 다른 의견을 낸 경우는 한 둘이 아니다.
‘논어’에서 가장 유명한 ‘삼우행’ 고사의 경우, 주자는 이를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반드시 그중 하나는 선하고 하나는 악하다. 선한 사람을 본받고 악한 사람은 살펴보며 나를 고쳐나간다면 함께 길을 가는 두 사람은 모두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풀었다.
이에 다산은 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하니 선인과 악인이 따로 있지 않다. 삼인행이란 함께하는 자가 적음을, 스승이 있다는 말은 모두에게는 배울 만한 점이 있음을 의미한다. 함께하는 모두가 나의 스승이 되듯 나 또한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물들 것만 우려할 뿐, 자신 또한 타인을 물들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주자에 대한 일부 유학자들의 비방에 오히려 주자를 옹호한 대목도 있다. 공자가 맹무백에게 효를 가르친 구절로, 흔히 노심초사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의 사랑으로 해석하지만, 자식이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삼가는 게 부모에게 효라는 주자의 견해가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다산의 원문과 고증에 바탕한 해석은 주자의 풀이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전혀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고전연구가 조윤제 씨는 ‘다산의 마지막 질문’(청림출판)에서 ‘논어고금주’를 바탕으로 다산이 남긴 다양한 글들을 교차해가며 다산이 오십에 이르러 평생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더듬어간다. 저자는 이를 통해 다산의 사상을 바로 실천에 대한 강조와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는 사랑이라고 집약한다.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심경(다산의 마지막 공부’,‘소학(다산의 마지막 습관)’에 이은 다산 마지막 시리즈의 완결판으로, 다산 학문과 사상의 정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붙잡을 수 있었던 다산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다산의 마지막 질문/조윤제 지음/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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