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2021/2022년 세계 인권보고서’ 발표

“北, 해외 백신 지원 거절 탓…일부 필로폰·아편 손대”

“韓 등 외국영화 시청·유통으로 여러명 처형…사형선고도”

“韓도 군 성희롱·변희수 하사 사망 등 젠더폭력” 지적

“낙태죄 위헌 결정 후속 법 개정 노력 미흡하다” 평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22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을 발표했다. 강승연 기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22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을 발표했다. 강승연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제앰네스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북한의 봉쇄 정책이 강화되면서 격리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등 인권 상황이 크게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이후 이주노동자 등 구조적 차별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2022 국제앰네스티 연례인권보고서: 세계 인권 현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국제앰네스티가 지난해 한국, 북한 등 15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각국 인권 현황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전보다 더욱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내외 이동의 자유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수준으로 위축되고, 건강권,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됐다고 봤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차단 조치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집안에 격리된 사람들이 수주 동안 제대로 된 식량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굶주림에 시달리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 제안을 거절한 가운데 열악한 의료 서비스 상황이 더해지면서, 의료품을 구하지 못해 필로폰, 아편 같은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2020년부터 2년 연속 국경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비법 월경 시도자 사살 명령도 계속됐다. 지난해 최소 63명이 한국으로 입국했는데, 이는 공식 기록이 공개된 2003년 이래 가장 적은 숫자였다. 식량 밀수가 제한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쌀, 옥수수, 식용유 등 주요 식품 가격이 3배 가까이 뛴 것으로 확인됐다.

구금시설 내 구타, 고문, 강제노동 등의 문제는 여전히 가혹한 수준으로 보고됐다. 4곳의 정치범수용소도 여전히 운영되고, 최대 12만명의 수감자들이 부당한 대우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인해 한국 등 외국 영화 등을 보고 유통한 여러 명이 처형당하고, 사형 선고가 계속해서 내려지는 등 광범위하게 처형이 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은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팀장은 “(북한의 경우)2020년에 이어 계속된 국경 봉쇄로 주민들의 건강권과 식량권이 더욱 악화됐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통제되면서 이전보다 강도 높은 억압이 이어졌다”며 “코로나19를 빌미로 자행되는 인권침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의 차별 상황에 주목했다. 서울·경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이주노동자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 강제 행정명령을 내렸다 철회한 일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이주노동자가 제외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또 군대 내 위력에 의한 성희롱과 폭력 피해자의 사망, 고(故) 변희수 하사 등 지난해에만 최소 3명의 트랜스젠더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한국 사회 내 만연한 젠더 고정관념에 의한 차별과 젠더 기반 폭력을 확인한 사례라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이 수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여성 인권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입법 공백으로 의료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했다고 봤다. 노동자 인권 부문에서는 배달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쿠팡 등 택배노동자 노동 착취 논란,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과 관련 경찰 수사 상황이 거론됐다. 그 밖에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국제 권고에 미치지 못한다며 기후비상사태 대응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차별이 발현됐으며, 소외된 사람들은 더 큰 고통을 입었다”며 “신임 대통령과 행정부는 보건 위기에 인권적으로 대응하고 고착화된 차별을 종식해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