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첫날…카페 8곳 돌아보니
일부 손님 “일회용컵 달라” 요구
손님과 실랑이에 직원 지쳐
“취지엔 공감…일괄 도입, 문제”
“인력 고용 등 선순환 이뤄지길”
[헤럴드경제=김빛나·김희량 기자] ‘카페 일회용품 사용 금지’ 첫날인 1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의 한 테이크아웃 전문카페. 창가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있는 손님 한 명이 일회용 종이컵 안에 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손님 맞은편에 있는 무인주문기(키오스크)에는 빨간색 글씨로 ‘매장 이용 시 일회용컵 사용 불가’라는 안내문이 떠 있다. 해당 매장 직원은 “손님이 앉아 있는데 매장용 컵으로 바꿔 달라 하기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같은 시각 서대문구 신촌역 근처에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문이 열자마자 이곳을 찾은 김진석(39) 씨에게 일회용품 사용 금지정책을 아냐고 묻자 그는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주길래 받았는데 정책 때문인지 몰랐다. 그런 정책도 있었냐”고 되물었다. 이어 “정책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카페 직원이 힘들 것 같다. 만약 정책 때문에 인력이 필요하면 사람을 더 고용하는 식으로 선순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카페나 식당 등 매장 안에서 일회용 제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일회용 컵·접시·용기·나무젓가락 등 18개 품목이 대상이다. 카페 안에서도 음료를 마시려면 플라스틱컵이 아닌 머그잔에 받아야 한다. 하지만 헤럴드경제가 이날 서울 서대문구·종로구 일대 카페 8곳을 돌아본 결과, 일회용컵 사용 금지인 사실을 모르는 시민이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카페 직원·점주 사이에서도 해당 정책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카페를 방문한 시민 대부분은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긍정적이었다. 직장인 이해영(29) 씨는 “환경을 위해 뭐라도 시도해보는 정책이라 생각하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카페 안에서라도 안 쓰면 일회용품 사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67) 씨는 “뉴스를 통해 카페 안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당분간 계도기간이라 큰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시민도 있었다. 직장인 유모(31) 씨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의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취지는 좋지만 소비자나 매장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도입하는 건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유리(30) 씨는 “소비자들이 일회용컵을 사용해서 생기는 환경오염보다 산업공해 등 다른 요소로 생기는 환경오염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왜 소비자만 규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페 점주·직원들은 “일거리가 늘었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의 한 대형 카페 매장 직원은 “손님한테 해야 할 말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건 직원에게 부담이다. ‘옆 매장은 해주던데 여기는 왜 안 되냐’ 따지는 손님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 카페에선 주문제품을 손님에게 건네줄 때 직원들이 일일이 “오늘부터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안 된다. 나가서도 드시면 (나갈 때 일회용품으로)바꿔드린다”고 직접 안내했다. 그럼에도 한 손님은 “빵 먹고 갈 건데 커피를 테이크아웃 잔에 달라”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서대문구의 한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는 손님이 직원에게 “일행이랑 5분 있다 나갈 건데, 그래도 다회용컵이냐”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정책은 당국의 계도 방침에 따라 과태료 처분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정책이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직원의 노동 강도가 올라간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결국 우리가 부담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발전된 데 비해 환경정책이 여전히 부족하고, 정부나 기업 등의 시행 의지도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배달·테이크아웃이 보편화되면서 늘어난 일회용품이 심각한 환경 문제로 떠올랐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종이 폐기물은 그전 해인 2019년에 비해 24.8%, 플라스틱은 18.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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