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코인) 거래소들이 엄청난 ‘떼돈’을 벌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까지 코인거래소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일본 코인거래소를 인수했다. 코인거래소 인수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후 첫 작품이다.
카카오는 지분 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었던 두나무와는 점차 이별하고, 일본 코인거래소로 돈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두나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3억9000만원으로 삼성전자 보다도 3배 가량이나 높다. 엄청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지난해 매출 3조 6855억원, 영업이익이 3조 2747억원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렸다. 카카오가 15%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다.
4일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 픽코마는 일본의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EBC) 지분을 인수했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과 지분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카카오는 운영사 SEBC홀딩스가 보유한 전체 주식의 절반 이상을 매입하며 SEBC의 최대 주주가 됐다.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있는 SEBC는 최근 48번째 화이트 리스트 코인인 ‘코스플레이 토큰(COT)’을 상장한 거래소로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11개 코인을 취급하고 있다. 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큰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가 6개의 가상자산만을 취급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카카오는 SEBC의 규모와 일본 시장의 안정성에 기대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픽코마 측은 “카카오는 픽코마를 필두로 해외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겠다고 밝혀왔다”며 “이번 거래소 인수는 이같은 계획을 담은 ‘비욘드 코리아’ 실행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카카오가 두나무 외 또 다른 코인거래소를 인수한 건 거래소의 탁월한 수익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코인거래소는 가상자산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수수료 사업으로 투자 대비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 작년 한 해 국내 1·2위 가상자산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업비트)와 빗썸코리아(빗썸)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88.3%, 77.4%로 코인거래소의 비용 절감 효과는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카카오가 일본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을 전개하며 연결회사 두나무와의 경쟁구도가 본격화할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두나무는 역대급 매출로 대기업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설립 직후 카카오의 투자를 받았던 점과 양사의 지분 관계로 '카카오 계열의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꼬리표를 달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부쩍 카카오와 두나무의 ‘거리두기’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다. 두나무는 최근 이사회에서 송치형, 김형년 창업자의 직함을 ‘회장’, ‘부회장’으로 바꾸는 등 경영 복직을 시사했다. 지난 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마지막 ‘카카오측 인사’로 불리던 이성호 전 카카오M 대표가 3년 임기를 끝으로 사임했다.
여기에 두나무에 대한 카카오의 지분도 갈수록 줄고 있다. 펀드 등을 포함해 카카오가 보유한 두나무의 총 지분은 2019년 22.4%, 2020년 21.3%, 2021년 15.3%로 점차 감소했다. 두나무에 대한 카카오의 직접 보유 지분은 작년 말 기준 10.9%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지만, 케이큐브1호벤처펀드 청산 등으로 범 카카오의 지분이 감소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및 NFT사업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