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지난 8월 말 경기도에 사는 A(여) 씨는 옆집에서 불법 폐기물을 소각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시청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시청 청소과 직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소각은 끝난 상태였다.
문제는 시청 직원이 신고된 옆집 주민과 신고자인 A 씨를 같이 불러 3자 대면을 시켰다는 점. 옆집 주민과 A 씨는 서로 감정이 격해져 몸싸움을 벌였고, 둘 다 폭행 혐의로 경찰서 신세를 져야 했다.
A 씨의 가족은 “민원인의 신변을 보호해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시청 직원의 안이한 일처리로 애꿎은 어머니만 이웃주민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A 씨의 사례체럼 범죄ㆍ불법 사실을 알린 신고자의 신원이 노출돼 신고자가 두려움 속에 생활하거나, 보복을 당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법률로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행정기관부터 신고자 보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강릉경찰서는 폭행 사실을 신고해 경찰서에 갔다 왔다며 이웃 주민을 보복 폭행한 혐의로 B(44) 씨를 구속했다.
B 씨는 지난 10월 14일 강릉의 한 노상에서 이웃주민 C(50) 씨에게 “신고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며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자신의 상습적인 음주소란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데 앙심을 품고 C 씨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피의자에 신고자 신분을 노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보복 폭행의 경우 피의자가 개인적으로 신고자 추적에 나서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 12조는 누구든지 그가 공익신고자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은 경찰에 범죄 사실을 제보했다가 상대방에게 신원이 노출돼 피해를 당한 D 씨에게 국가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공익신고자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지만 일부 직원들의 인식 부족과 부주의 등으로 신원이 노출되는 사례가 왕왕 있다”며 “신고자 보호에 대한 행정기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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