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역량 폄하”에 속앓이
중수청 생겨도 달라질 것 없는데
의욕 꺾는 발언 잇따라 의기소침
“수사·기소 분리만 초점 맞췄으면”
일부 ‘경수완박’ 자조적 반응까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발한 검찰의 반대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자 경찰들이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검수완박 반대 논리가 경찰에 대한 공격으로 비화되면서 일선 현장의 분위기만 위축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2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검수완박에 대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이틀째 심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주 내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검찰은 연일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다. 전국 검사장·부장검사·평검사에 이어 서울동부·남부·북부·서부지검과 지방검찰청 검사들도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이한울 대검찰청 감찰연구관은 지난 25일 검찰 내부망에 ‘선거사건 검수완박〓경찰 헬게이트 오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검수완박 사태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검찰에서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가평 계곡 살인사건’이나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등의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어서다.
10년 넘게 형사 생활을 한 경찰관은 “검수완박 논란이 길어지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걸린 6대 범죄뿐만 아니라 전 범죄에 대한 경찰의 수사 역량을 모조리 폄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검수완박 중재안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방안까지 논의되는 것을 지켜보는 수사경찰들의 심경도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를 표방해 경찰청에 국가수사본부를 꾸린 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중수청이 신설될 경우 수사권 재조정 작업이 불가피하다.
서울 지역의 한 수사경찰은 “검찰에서 6대 범죄를 이관받는 중수청이 생기면 경찰 입장에서는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현장의 수사 경찰들 의욕만 꺾였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또 다른 수사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까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지 않나”라며 “수사·기소 분리에만 초점을 맞추면 되는데 경찰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니 문제”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경찰 조직 차원의 대응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수완박 논란에 적극 대응하면 검찰과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이해하면서도,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긍정적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렸다면 경찰 수사 역량에 대한 비난으로 불똥이 튀는 일을 방지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일부 경찰들은 ‘경수완박(경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최근 공고한 ‘수사권 조정에 따른 국민편익에 대한 정량적 연구’ 용역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 편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경찰의 책임수사 체제가 안착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수준의 인력·예산을 산출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도 담아 향후 수사권 조정 관련 정책 추진 방향 설정에 활용할 방침이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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