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보도자료
5년간 국토부·소방청 급발진 신고 건수 987건
“‘입증책임전환’ 통해 제조사 책임 소재 밝혀야”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을 통해 신고된 지난 5년간 자동차 급발진 건수가 987건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소비자단체는 제조사와 경찰청이 인정한 자동차 급발진 결함 건수는 0건이라는 점을 들어 제조사가 자사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동차 급발진은 대형 사고로 이어져 사망률과 위험도가 큰 결함”이라며 “제조사는 급발진 의혹 사고에 대해 ‘운전자 과실’로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법규와 제도상 운전자가 스스로 급발진 결함을 증명해야 한다”며 “제조사가 자사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도록 ‘입증책임전환’을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급발진(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SUA)은 자동차가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이다. 이 단체는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하면 엔진회전수(RPM)가 급격히 상승하며 차량이 돌진한다”며 “급발진은 정지상태, 저속상태, 정속 주행상태에서 모두 일어날 수 있으며, 대개 제동장치의 작동 불능을 수반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아 단체는 경찰도 급발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경찰청과 관련 부처도 급발진 입증책임전환과 함께 사고기록장치의 개선, 사고분석 과정에 민간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 신뢰성 확보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급발진 현상으로 신고된 건수는 196건이다. 같은 기간 소방청 산하 각 지역 소방본부에서 급발진 추정, 의심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신고돼 구조 및 구급 출동한 건수는 791건이다. 국토부와 소방청의 신고 건수를 합치면 총 987건에 이르는 셈이다.
아 단체는 급발진 사고를 인정한 사례가 극소수인 점을 비판했다. 단체는 “제조사와 경찰청의 공식적인 한 건도 없다”며 “987건의 의심사례 중 지금까지 한 건도 인정되지 않은 것은 급발진 결함에 대한 방치 수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단체는 “2018년 5월 호남고속도로 부근에서 발생한 ‘BMW 급발진 사건’ 만이 2심 재판에서 승소 후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2020년 6월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기아차 레이 급발진 사건’의 경우, 급발진이 발생한 차량 내에서 운전자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대처 방법을 물어볼 정도로 침착성을 유지했지만, 장시간 차량이 멈추지 않았다. 해당 사례만 봐도 모든 급발진 현상이 운전자의 운전미숙(페달 오작동)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지금까지 급발진의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자동차의 뇌로 불리는 전자제어장치(ECU) 상태의 불량, 브레이크 배력장치 오작동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며 “급발진 시 기어를 중립(N)으로 바꾸는 등 대처 방법은 존재하나 차량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며 운전자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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