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얼리토 대법관 작성 다수 의견서 초안 입수
공화당 임명 대법관 vs 민주당 임명 대법관 대립 구도
바이든, ‘삼권 분립’ 논란 무릅쓰고 대법 강도 높게 비판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여성의 낙태권을 획기적으로 보장하는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이 50여년 만에 뒤집힐 위기에 처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해 대법원 내 회람한 다수 의견서 초안을 입수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관련기사 21면
폴리티코가 입수한 초안에서 얼리토 대법관은 “로(로 대 웨이드)는 시작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며 “논리가 매우 약하고 판결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며, 낙태에 대한 국가적 논쟁과 분열을 키웠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어떤 헌법 조항도 낙태권을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에는 ‘로 대 웨이드’로 불리는 1973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여성의 낙태권이 확립돼 있다. 이 판결은 임신 약 24주 뒤에는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그전에는 낙태를 허용해 여성의 낙태권 보장에 기념비적 이정표로 여겨져 왔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정부에서 임명한 다른 대법관 4명이 얼리토와 같은 의견을 냈으며,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3명이 소수 의견을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입장은 불투명하다. 이 의견서 초안을 작성한 얼리토 대법관은 공화당 소속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이 2006년 지명했다.
연방대법원이 이번 판결로 낙태권에 대한 헌법 보호를 무효로 하면 이후에는 각 주 차원에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연방대법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선택권은 근본적”이라며 “법의 기본적 공평함과 안정성 측면에서 (판결은) 뒤집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삼권 분립이 엄격한 미국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 같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 온 판결을 뒤집을 경우 행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대응할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텍사스를 비롯해 여성의 출산권을 제한하려는 입법 시도 이후, 행정부 차원에서 낙태와 출산권 공격에 대한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며 “우리는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앨라배마주(州)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는 사생활과 관련된 모든 다른 결정이 문제 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며 “미국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여성의 낙태권은 이념적 성향의 척도로 여겨지는 매우 민감한 현안인 만큼 향후 미국 사회 전체에 미칠 파장의 규모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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