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1970년대 초반 남북대화 문서 첫 공개

대화 횟수 거듭하면서 분위기 부드러워지기도

통일부는 4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대화가 시작된 1970년대 초반의 남북회담 문서 및 사진들을 일반 국민에게 첫 공개했다. 남북이 처음으로 마주 앉은 1971년 8월 20일 제1차 남북적십자 파견원 접촉 모습. [통일부 제공]
통일부는 4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대화가 시작된 1970년대 초반의 남북회담 문서 및 사진들을 일반 국민에게 첫 공개했다. 남북이 처음으로 마주 앉은 1971년 8월 20일 제1차 남북적십자 파견원 접촉 모습. [통일부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안녕하십니까” “동포들과 서로 만나니 반갑습니다”

분단 이후 서로를 적대시하던 남북이 처음 만나 나눈 대화였다.

통일부는 4일 국민 알권리와 대북정책 추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생산 및 접수된 지 30년이 지난 남북회담 문서를 시범공개하기로 하고 1970년 8월부터 1972년 8월까지 남북회담 기록이 담긴 ‘남북대화 사료집’ 제2·3권을 일반 국민에 처음 공개했다.

남북의 첫 대화는 1971년 8월 20일 판문점 중립국감시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파견원 접촉이었다.

8일 전 최두선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가 남북 가족찾기운동 협의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안하고, 손성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북적) 위원장이 상봉 문제를 추가해 논의하자고 호응하면서 이뤄진 역사적인 만남이었다.

파견원 접촉에는 남측에서 한적의 이창렬 사무부장과 윤여훈 섭외부참사, 북측에서는 북적의 서성철 문화선전부 부부장과 염종련 지도원 등이 나섰다.

1945년 분단 이후 26년 만에 성사된 남북대화는 불과 4분 만에 막을 내렸다.

회의록은 오전 11시58분 한적 파견원 입장과 12시1분 북적 파견원 입장으로 시작한 접촉이 문서교환을 완료한 데 이어 12시5분 퇴장으로 끝났다고 기록했다.

짧은 만남 속에서 남북 간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북측은 ‘북한’과 ‘북한적십자회’라는 표현에 대해 “우리의 정식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라며 “앞으로도 이 명칭대로 정확히 써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남측 역시 “우리 정식명칭은 대한적십자사”라면서 “간단하다. 여러분 기억하시기 좋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북측이 ‘남조선’, ‘남조선적십자사’라고 부르는 것을 맞받아친 것이다.

첫 만남은 냉랭했지만 만나는 횟수가 거듭되면서 서로의 고향과 담배를 화제로 삼는 등 다소 부드러워졌다.

북한이 미리 준비한 ‘사이다’를 들고 “우리 단일한 조선민족의 피를 이어가는 사이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좋은 회담이 되기를 바라면서” 등 건배사와 함께 건배를 하고 북측이 가져온 인삼차와 남측이 마련한 칠성 차도 나눴다.

167㎝인 윤여훈 한적 섭외부참사와 165㎝인 서성철 북적 부부장의 신장을 놓고 남북 파견원들이 “키가 적은 사람이 주는 사이다를 마셨으니 키가 더 커지겠습니다”, “키가 적은 사람이 주는 사이다를 마셨으니까 키가 적어질까봐 걱정이다”는 농담까지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후 예비회담 과정에서는 다시 회담 장소와 합의문안 등 민감한 사안을 둘러싸고 첨예한 마찰을 빚는 순간도 있었다.

결국 남북은 우여곡절 끝에 20차 예비회담에서 가족·친척들의 주소와 생사를 알아내 알리고, 가족·친척의 자유로운 방문과 자유로운 상봉, 가족·친척의 자유로운 서신 거래, 가족의 자유의사에 의한 재결합 등을 본 회담 의제로 확정하는 합의서를 교환함으로써 일단락을 지었다.

이번에 통일부가 공개한 문서는 1~5차 남북적십자 파견원 접촉, 1~25차 남북적십자 예비회담, 1~13차 의제문안 및 1~3차 진행절차 실무회의 등이다.

총 1652페이지 분량이지만 회담 전략과 실무인력 인적사항, 세부사항 공개시 국가 중대이익 침해, 개인정보 포함 등과 연관된 418페이지는 비공개 처리됐다.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 부장과 박성철 북한 부수상의 평양과 서울 극비 방문과 이에 앞선 실무자들의 비밀접촉 내용도 제외됐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남북회담본부와 국립통일교육원, 북한자료센터 등 3곳에 마련된 ‘남북회담 문서 열람실’을 직접 방문해 열람할 수 있으며 공개 목록을 비롯해 구체적인 열람 절차 등은 남북회담본부 홈페이지(https://dialogue.unikorea.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