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감탄과 아쉬움 뒤섞여

본관·관저, 대기줄만 50m 인기

각지서 하루새 2만6000명 찾아

일부 구역은 여전히 출입 불가

지난 10일 오후 6시30분께 청와대 본관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 김희량 기자
지난 10일 오후 6시30분께 청와대 본관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 김희량 기자

“나무와 꽃 하나하나가 모두 기억에 남아요.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꿈속을 걷는 것 같았어요. 손녀가 할아버지도 꽃이 돼 같이 왔으면 좋겠다 할 때 눈물까지 났네요.”

74년 만의 청와대 전면 개방 첫날이었던 지난 10일. 오전 7시30분부터 대구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올라왔다는 김명수(69) 씨는 약 25만㎡(7만 6000여평)의 대규모 공원을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딸 부부와 5살 손녀의 손을 잡고 관람한 김씨는 “집안이 지지했던 대통령들이 지냈던 곳이라 와 보고 싶었다”며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났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지난 10일 청와대가 74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의 품에 안겼다. 같은 날 오전 11시30분께 개방 시작 당시 모습은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 현장에서도 실시간 중계됐다. 같은 날 전국 각지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가족, 단체 등은 웃음을 보이며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인천에서 아들·조카과 함께 왔다는 40대 김진경 씨는 “요즘 아이가 부쩍 대통령제에 관심이 생겼는데 ’대통령들이 지냈다 하니 엄청난 기운이 느껴진다‘고 표현하더라”면서 “마지막 타임이라 사랑채를 못 보고 내부를 못 봐서 아쉽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인파가 특히 몰렸던 곳은 본관 대정원 인근과 관저다. 본관 앞은 오후 7시께에도 사진 촬영을 위한 대기 줄이 50m 가까이 이어질 만큼 붐볐다. 대정원 잔디밭에서도 삼각대를 가져오거나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앉은 시민들이 보였다.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점프하며 ’인증샷‘을 찍는 풍경은 여느 관광지와 다르지 않았다.

이날 단체 관람을 온 일행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고등학교 3학년 곽주원(19) 양은 한옥인 관저의 건축미에 감명을 받았다. 그러면서 곽양은 “청와대 하면 아무나 못 들어가거나 평생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할 거 같은 ’미지의 공간이라는 이미지였다”면서 “와서 좋긴 한데 어제까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 놀이공원처럼 사람들이 붐비니 아쉬운 느낌도 든다”도 말했다.

침류각과 관저 등 기존 청와대 관람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곳들이 관심을 끌었다. 9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는 교포 이예린(33) 씨는 “침류각을 지나 오운정과 미남불(석조여래좌상)로 향하는 목조 길에서 본 서울의 경치가 훌륭했다”고 관람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이 엄청난 공간의 보수와 유지를 위해 세금이 많이 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세대를 넘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시민들 사이에 질서와 안내를 돕는 경찰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흰 제복으로 유명한 101경비단은 여전히 주요 건물을 지키며 일부 출입 불가 지역을 안내했다. 파견 나온 서울관광경찰대 소속 경찰들이 남색 근무복을 입고 길 안내와 외국어 지원 등을 도왔다. 양복 차림의 사복 차림의 경찰관도 보였다. 한 시민이 상춘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심은 기념 식수를 딸과 함께 보며 질문하자 경찰관이 나무의 종류와 다른 기념식수를 안내했다.

방문 신청에는 실패했지만 청와대 주변을 찾은 시민도 있다. 신호등이 달린 청와대 분수대 앞 도로의 교통신호 초소에도 기념 촬영을 위한 줄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 김모(46) 씨는 “3번 신청했는데 다 떨어져서 입장객들이 부럽다”며 “윤 대통령이 9번 도전해서 사시 붙었듯이 저도 9번까진 도전해 볼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일몰 시간이었던 오후 7시30분께를 넘어서자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본관 등 주요 건물을 제외하고 청와대 내 가로등은 켜지지 않아 시민들은 어둠 속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오후 7시53분께부터는 “퇴장해 주세요”라는 안내가 시작됐다. 본관의 야경을 찍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려는 사진 전문가들과 진행 요원들 간에 실랑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후 8시 정각에 출입문은 닫혔다. 아쉬움이 남은 시민 10여 명은 출입구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 개방 첫날, 사전 당첨된 2만6000여 명의 시민이 관람을 마쳤다. 특별 개방은 11일부터 오는 21일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휴일 없이 운영된다. 입장은 사전 당첨자를 대상으로 하루 6회 각 6500명, 1일 최대 3만9000명이 가능하다. 마지막날인 오는 22일에는 별도의 신청 시스템을 통해서 받을 예정이다. 다만 건물 내부는 보안 문제로 특별 개방 기간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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