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고의성 없어” 명예훼손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성추행 사건 수사기관에 신고 안해 시설에 과태료
과태료 책임 추궁에 “보고 받은 적 없다” 거짓 해명
직원들 앞에서 피해자 성추행 사실 알려져
1·2심 유죄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평가 침해”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소속기관 과태료 책임을 추궁당하자 답변 중 타인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언급한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회복지사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의 자리에서 상급자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하며 질문을 받게 되자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듯한 사실을 발설하게 된 것이라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질문에 대해 단순 확인 취지의 답변을 소극적으로 한 것에 불과하다면 명예훼손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직업훈련 교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18년 10월 같은 작업장에서 장애인 C씨가 B씨를 추행한 사실을 보고 받았다. 이후 피해자와 C씨 가족을 불러 면담을 하고 ‘보호자 확인서’를 작성, C씨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성추행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아 해당 시설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듬해 4월 상급자가 과태료 처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자 A씨는 직원 5명이 있는 가운데 “성추행 사실을 애초에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해 명예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이 명확한데도 범행을 부인하며 개선의 정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는 보고 받은 사실이 없고, ‘보호자 확인서’를 읽어보지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A씨가 근로자들의 업무를 지휘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고 B씨의 진술이 일관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원이 있는 가운데 해당 발언이 나왔기 때문에 공연성도 인정했다.
항소심 판단도 이와 같았다. 재판부는 A씨의 거짓 해명을 통해 B씨의 업무처리 미숙으로 과태료를 받았다거나 성추행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봤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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