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대상 마케팅실CM1 팀장의 ‘햇살담은 씨간장…’ 개발 뒷얘기

中·日에는 없는 ‘씨간장 덧장’ 담금 방식

“오랜 시간 균일한 맛·풍미 유지로 활용

”씨간장 가정서 편하게 즐기려 제품화 도전

맛의 기준 세우려 전국 명인찾아 발품

“수백번 시행착오 끝에 신제품 2종 탄생

”장문화 유네스코 등재로 세계 알려지길“

김병주 대상 마케팅실 팀장은 “씨간장에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장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했다. [대상 제공]
김병주 대상 마케팅실 팀장은 “씨간장에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장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했다. [대상 제공]
맛있는 간장을 오랜 기간 숙성시킨 전통 씨간장
맛있는 간장을 오랜 기간 숙성시킨 전통 씨간장
씨간장으로 넣고 숙성한 대상의 신제품 ‘햇살담은 씨간장 숙성공법 양조간장’2종 .[대상 제공]
씨간장으로 넣고 숙성한 대상의 신제품 ‘햇살담은 씨간장 숙성공법 양조간장’2종 .[대상 제공]

“우리나라 장 문화로 유네스코 등재 신청이 완료됐다는 소식에 무척이나 반가웠어요”

지난 3월 우리 정부가 2022년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한국의 전통 장(醬)문화’를 선정했다는 소식에 김병주 대상 마케팅실 팀장은 한 없이 기뻐했다. ‘간믈리에(간장 소믈리에)’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장 문화에 애정을 쏟아왔던 그는 “우리 고유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간장은 그 유물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식품기업 대상에서 식품사업총괄 마케팅실CM1 팀장으로 재직중이다. 청정원 순창 장류의 기획과 마케팅 등 오랫동안 장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먼저 그는 “장을 빼놓고 한식의 맛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힘줬다.

“우리나라 장 문화는 한식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중국·일본과도 구별됩니다. 메주를 띄운 후 된장과 간장을 만들며, 특히 씨간장을 이용한다는 것도 큰 차별점이에요. 씨간장은 그 자체로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로, 이번 등재 신청은 이를 해외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만의 문화이지만, 사실 씨간장은 한국인 조차 그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쉽게 말하면, 명칭 그대로 ‘간장 맛의 씨’가 되는 간장을 말한다. 선조들은 가장 맛이 뛰어난 씨간장을 골라 보관해뒀다가, 매년 새로 담근 햇간장에 씨간장을 조금씩 첨가하는 ‘덧장’ 방식으로 오랜 시간 씨간장의 맛을 유지해왔다.

“유독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던 음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씨간장을 활용했더군요. 간장은 음식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집안 대대로 물려받았다는 씨간장 음식을 먹을 때면, 온 몸에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어요”

온갖 종류의 간장을 맛봤다는 그는,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간장 이야기만 하게 된다며 웃음 지었다. 지인에게는 다소 불편했을지도 모를 ‘직업병’도 생겼지만, 그의 열정은 결국 씨간장 제품을 탄생시킨 에너지로 작용했다.

지난해 대상은 각각 9년, 11년 이상된 씨간장을 넣고 숙성한 ‘햇살담은 씨간장 숙성공법 양조간장’ 2종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은 기업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장면처럼 우여곡절 에피소드가 많았다.

“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일반 가정에서도 훌륭한 씨간장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씨간장 제품을 만들겠다는 결심에 다행히 회사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회사 밖에 있었죠”

제품화를 위해서는 각 종가마다 다른 씨간장 맛의 기준을 세워야 했으나, 이는 생각보다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김 팀장은 “무작정 전국의 유명한 간장 명인을 찾아나섰지만 문전박대를 당하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대대로 간직해 온 종가의 귀한 ‘비법’을 낯선 대기업 직원에게 선뜻 내어줄 리가 없었다. 김 팀장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낯선 직원’ 대신 ‘믿을만한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결코 포기할 수 없었어요. 거리가 멀어도 틈날 때마다 내려가 인사를 드렸죠. 농사일도 돕고,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렸습니다. 그런 모습을 기특하게 보셨는지, 어느날 종가의 장독들이 모여있는 담장 안으로 데려가 씨간장을 보여주셨어요. 명인들이 얼마나 혼신을 다해 씨간장을 지켜왔는지, 그 때 새삼 느낄 수 있었죠”

어렵게 전해받은 비법들이었으나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김 팀장만의 기나긴 고군분투 실험이 이어졌다. 햇간장 비율을 0.1% 단위로 쪼개 씨간장과 배합하고, 온도와 환경 등을 달리하며 수 백 건의 실험을 진행한 끝에 비로소 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맛있게 숙성된 간장은 우리가 간장하면 떠오르는 단순한 짠 맛이 아니다”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감칠맛이 더해져 깊고 부드러운 단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콩과 우수한 발효에서 나오는 천연의 복합적 맛들이 단조로운 짠 맛과는 확연하게 다른 특별한 맛을 낸다”고 했다.

우리나라 간장의 가치는 이러한 맛의 우수성 뿐 아니라 장을 담그고 나누는 문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독창적 가치를 지녔다. 이러한 이유로 김 팀장은 최근 한국 장류의 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우리의 장 문화가 세계에 널리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간장 수출액은 2018년 대비 28.8% 증가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번 유네스코 등재 신청의 결과(2024년 발표)는 간장 전문가인 그 뿐 아니라 한국인 모두가 기대해 볼 만한 이슈이다.

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