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등 물가 상방요인 작용

한은, 물가에 방점두고 정책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4.5%까지 크게 올렸다. 물가 상하방 요인을 동시에 고려했을 때 상방 요인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물가 급등이 가시화되면서 소비 회복과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긍정 효과를 반영해도 올해 3%대 경제성장은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다.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1%)보다 1.4%포인트(p)나 올렸다. 이번 한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08년 7월(해당 연도 상승률 4.8% 전망)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다. 전망이 그대로 들어맞을 경우에는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물가 상승률로 기록된다.

한은이 물가상승률을 큰 폭으로 조정한 데는 이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8%나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6월 초 통계청이 5월 물가상승률을 발표하는데, 예상으로는 5%를 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원자재·곡물 가격 급등도 계속되고 있다. 보복소비 수요 증가, 추경 집행 효과 등도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 상승은 내년 초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유가 등이 내려간다 해도 국제 곡물 가격은 한번 올라가면 상당한 기간 지속되는 만큼, 내년 초까지도 3∼4%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지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은은 내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3%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코로나19 봉쇄 등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타격 가능성 등이 전망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부문별로 보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3.5%에서 3.7%로 높아졌다. 거리두기 해제 등에 따른 수요 회복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성장률이 기존 각 2.2%, 2.4%에서 -1.5%, -0.5%까지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의 여파로 주요 투자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상품 수출과 수입 증가율도 3.3%, 3.4%로 기존 3.4%, 3.8%에서 0.1%포인트, 0.4%포인트씩 하향 조정됐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7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29% 감소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28만명에서 58만명으로 크게 늘었고, 실업률도 3.6%에서 3.1%로 떨어졌다.

한은은 경제성장률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물가와 성장을 다 잡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는 물가에 방점을 뒀다. 이 총재는 "물가와 성장 양자를 고려할 때 지금 금리가 물가에 주는 영향에 좀더 중심을 두고 정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기준금리를 1.75%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nature68@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