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대한민국발레축제’ 이달9일 개막
국립은 티켓오픈과 동시 매진·회전문 관객
민간은 제작비·대관료 부족…설 무대 없어
예술의전당, 제작비·수익금 전액 전폭지원
‘로미오와 줄리엣’ 등 15개 작품 무대올려
“인식 높아진 발레, 대중화 좋은계기 될 것”
우아하고 예의 바른 ‘클래식 예술’인 발레를 위한 축제가 돌아온다. 대한민국 발레인들이 총출동하는 대한민국발레축제(6월 9~29일·예술의전당)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이번 축제는 규모도, 기간도 확장됐다. 예술의전당과 대한민국발레축제추진단이 공동제작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초청작 5개, 공모작 6개, 스페셜 갈라와 야외무대 등 총 15개 작품이 발레 팬들과 만난다.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이전과는 다른 규모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예술의전당의 지원으로 예산이 2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3억 6000만원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그간 축제의 여건은 좋지 않았다. 이번 발레축제에 참여하는 김용걸댄스씨어터의 김용걸 단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무용수에게 지급되는 개런티는 50만원에 불과하다”며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다.
발레축제 뿐만이 아니다. 발레는 클래식 장르 중에서도 나름의 팬덤을 가지며 인기를 모으고 있으나, 발레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어렵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발레계이기도 하다. 국립발레단의 작품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고 뮤지컬처럼 매회차 달라지는 캐스팅마다 공연을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도 나온다. 하지만 다수의 민간 발레단을 향한 관심은 적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관계자는 “대다수 민간 발레단은 제작비 확보도 어렵고, 단원을 가진 단체도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이 대대적인 지원을 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대한민국이 선진 문화강국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발레단이 제작비 등 여건이 어려운 현실에 놀랐다. 무대 대관료가 없어 좋은 작품이 있어도 기회를 얻기 어려운 현실이다”라며 “발레 장르의 경쟁력을 높이고, 발레의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에게 무대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발레축제’ 예산은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예술의전당은 대한민국발레축제에 3억 6000만원의 지원금을 내놨다. 다수의 작품에 대관료, 부대시설 사용료까지 지원했다.
탄탄한 지원을 바탕으로 올해 축제에선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던 무용수들과 민간 발레단을 위한 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졌다. 발레계의 상생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무대가 바로 이번 축제다.
예술의전당과 대한민국발레축제가 공동제작한 ‘로미오와 줄리엣’(6월 23~24일·CJ토월극장)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무용수 19명이 무대를 꾸민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관계자는 “오디션은 프로 발레단에 소속돼 있지 않으면 경험하기 어려운 전막 드라마 무대에 오를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은 이 작품에 대관료, 부대시설 사용료, 티켓 수익금 전액과 제작비 2억 4000만원을 지원했다.
여러 해외 발레단들의 발레 마스터로 활동한 허용순이 안무를 맡았고, 프리랜서 무용수들이 역동적이고 섬세한 감정선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공식 초청작인 정통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6월 11~12일)를 선보인다. 1994년 아시아 최초 초연 이후 미국, 캐나다 투어 공연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이 작품은 10년 만에 전막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주최 측에 따르면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예술의전당 지원으로 오페라극장에서 전막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발레축제에서 오페라극장 공연을 하는 것은 이 작품 뿐이다.
민간 발레단의 창작 레퍼토리 확보와 지원을 위한 무대도 마련됐다.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와이즈발레단의 ‘비타(VITA)’의 무대다. 이 작품들 역시 대관료를 면제받았고, 티켓 수익금 전액을 발레단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국립발레단은 강효형 안무의 ‘허난설헌-수월경화’를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의 폐막작으로 내달 29일 선보인다. 조선 중기 시인 허난설헌의 삶과 시를 움직임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2017년 초연 이후 국립발레단의 대표 창작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무대는 6월 28~29일 2회 공연으로 진행된다. 특히 6월 29일엔 평일 오후 3시 공연으로 선보인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관계자는 “발레 공연이 ‘문화의 날’인 수요일 낮 공연을 찾는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다”라며 “민간발레단의 작품이 오를 경우 티켓 점유율이 낮을 수 있어 국립발레단의 작품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갈라’(14~15일)와 데뷔 25주년을 맞은 발레리나 김주원의 ‘레베랑스’ 공연(9~12일) 등도 관객과 만난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지난 10여년간 대중 곁에 다가섰지만, ‘발레 대중화’라고 할 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진 않았다.
주최 측에 따르면 국립발레단이나 클래식 장르, 기존 인기 작품이 많을 때는 축제의 티켓 판매율 등 인기도 높지만, 신진 안무가의 실험적 작품들의 숫자가 늘면 판매율도 떨어진다. 프로그램의 구성에 따라 축제를 향한 관심도가 달라져, 12회째 운영됨에도 해마다 상승곡선을 그리진 않았다.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는 개막 전이지만 관객의 관심이 높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80%의 객석이 팔려나갔고, 김주원의 ‘레베랑스’도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관계자는 “발레는 클래식 장르 중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어 대중화로 가기엔 너무나 좋은 장르”라며 “발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최근 2~3년 사이 감상뿐만 아니라 취미로도 즐기는 예술로 자리잡고 있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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