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무기 산실 LIG넥스원을 가다
임직원 절반 이상 연구원…석박사 60%
해안방어용 유도로켓 ‘비궁’ 등 생산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 L-SAM 개발중
北 장사정포요격시스템 사업에도 참여
해궁·천궁·홍상어 등 우리말 작명 눈길
K-방산의 기세가 무섭다. K-방산은 K-팝, K-방역과 같은 한국(KOREA)을 대표하는 K-콘텐츠 가운데 한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중갈등과 미러갈등 등 글로벌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방산시장도 점차 확장 추세다.
방산수출을 넘은 우방국과의 방산협력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될 뿐 아니라 분단 대한민국의 사활과도 직결된다. 헤럴드경제는 K-방산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모색한다.
‘K-방산’의 오늘과 내일을 조망하기 위해 경북 구미 국가1산업단지에 자리한 LIG넥스원 구미하우스를 찾았다. 북한이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잇달아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헤럴드경제 취재진이 방문한 구미하우스에서는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MSAM-Ⅱ)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속 관심이 높아진 현궁과 신궁 등 각종 유도무기 개발과 시험, 생산이 한창이었다.
▶우리 손으로 만드는 최첨단 유도무기의 산실=LIG넥스원은 정밀 유도무기를 비롯해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등 육·해·공 전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양산하고 있는 대한민국 자주국방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1976년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실현’의 염원으로 출발한 금성정밀공업으로 시작해 LG정밀, LG이노텍을 거쳐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돼 LIG넥스원으로 독립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통해 네트워크 중심의 작전환경에 바탕한 ‘장거리 정밀교전’이라는 현대·미래전장 개념이 드러나면서 정밀유도와 레이다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LIG넥스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LIG넥스원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등과 공조 아래 센서부터 발사체까지 다양한 국산무기 개발을 추진해왔다.
LIG넥스원이 개발 생산하는 제품군 가운데는 이미 귀에 익숙한 이름도 많다. 중·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천궁-Ⅱ를 비롯해 함정을 위협하는 대함유도탄과 항공기를 요격하는 ‘해궁’, 보병용 중거리유도무기 ‘현궁’, 소형 고속함정 위협에 대응하는 해안방어용 요도무기체계인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등을 꼽을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LIG넥스원의 제품군의 명칭이 순 한글이라는 점이다. 유도무기에는 비궁, 현궁, 신궁, 천궁 등 활(弓) 이름을 주로 붙이고 대잠·수중유도무기에는 청상어, 홍상어, 범상어 식으로 붙인다. 해상유도무기에는 해궁, 비룡, 해성 등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권종화 LIG넥스원 PGM(정밀유도무기)생산본부장은 “지상유도무기에는 활 관련 이름을 붙이고, 어뢰에는 주로 상어에 빗대 명칭을 달고 있다”며 “해당 무기체계의 성능과 개발 순서 등을 고려해 주로 한글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직원들의 자부심도 크다”고 소개했다. 2024년을 목표로 적 원거리 표적을 요격할 수 있도록 체계개발을 진행중인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L-SAM 개발이 완료됐을 때 어떤 한글 이름이 붙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LIG넥스원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전력이 될 L-SAM 개발을 위한 전용설비인 체계조립·점검장을 작년 김천하우스에 준공한 바 있다.
LIG넥스원은 여기에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한국형 아이언돔’이 될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ADD의 장사정포요격체계 시제업체이기도 하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그동안 다수의 대공 무기체계 개발과 양산에 참여해 오면서 체계통합 역량과 교전통제, 정밀 추적기술에 이르는 독보적인 유도무기 체계 전문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며 “그동안 쌓아온 핵심기술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첨단 요격체계 실현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UAE까지 진출한 천궁-Ⅱ의 위용=구미하우스 1공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낭보를 전해 온 천궁-Ⅱ의 위용이었다. 천궁-Ⅱ는 발사대 4대와 레이더 1대, 교전통제소 1대, 그리고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발전차량 2대 등으로 1포대를 구성한다. 구미하우스 1공장에서는 이 가운데 발사대와 교전통제소, 발전차량을 갖춘 상태에서 시험이 한창이었다. 레이더는 유해 전자파 등을 고려해 별도의 장소에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김무곤 PGM생산기술실 2팀장은 “현재 구미하우스 1공장에서 천궁-Ⅱ 전체 시스템 시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발사대의 경우 기존 천궁-Ⅰ과 천궁-Ⅱ 유도탄을 호환할 수 있게끔 제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궁-Ⅰ과 천궁-Ⅱ의 발사 방식은 기본적으로 같은데 천궁-Ⅱ는 기존 천궁-Ⅰ의 항공기 요격 기능에 탄도탄 요격 능력을 추가해 업그레이드했다”며 “유도탄과 레이더, 교전통제는 업그레이드됐지만 발사대는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져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한국형 패트리엇’으로도 불리는 천궁 계열에 대한 자부심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패트리엇과 비교를 묻는 질문에 “아무래도 선진국의 무기체계이다 보니 저희가 많이 배우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저희들은 항상 선진국의 무기체계와 비교 시 동급 보다는 동등 이상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답변했다. 또 “성능적인 측면에서는 동등 이상이고, 무엇보다 국산 개발인 만큼 운영과 유지 측면에서도 더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구미하우스 1공장에서는 ‘유도무기체계의 눈’이라 할 수 있는 탐색기를 점검·생산하는 작업장을 둘러보는 기회도 가졌다. 천궁-Ⅱ와 현궁 탐색기를 생산하는 작업장에 들어선 순간 흔히 공장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컨베이어 벨트 대신 엔지니어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지켜보는 언뜻 연구실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기체계 자체가 최첨단 제품이라는 점을 떠올리자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제 LIG넥스원 전체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연구원이며 이 가운데 석박사 비중은 60%에 달한다. 단일 방산기업으로는 최대·최고수준이다.
김 팀장은 “이곳 장비가 대부분 자동화돼있어 엔지니어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클릭만 하면 모든 점검이 이뤄진다”며 “다른 구성품도 그렇지만 특히 탐색기 점검은 사람이 임의로 판단할 경우 제대로 성능이 나오는 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공정을 자동화해두고 일관성 있는 품질 확보를 위해 세부 점검 데이터를 작업자가 하나 하나 확인하고 분석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탐색기는 유도무기체계의 여러 구성품 중에서도 가장 정밀하고 청결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며 “항온·항습이 유지되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색기 작업장은 1년 365일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한다. 탐색기는 유도무기체계가 표적을 식별해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유도무기체계의 성능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구미하우스 2공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아진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과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의 실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반납 등 보안검사 뒤에도 정전기 방지 동판에 손을 댄 후에야 들어설 만큼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생산과 검사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이곳은 만의 하나 사고에 대비해 30~50㎝의 두꺼운 내벽으로 지어졌다.
LIG넥스원은 국방산업에서 안정적인 성장의 틀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민수분야에서 수익기반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우주항공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국방과 민수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기술 역량을 대폭 강화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면서 “기술혁신, 지속성장, 사람중심이라는 올해 경영활동 방향에 따라 미래기술 분야에서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과감한 투자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신대원·김성우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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