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에 곡물 수출 위한 기뢰 제거 재차 요구
터키, 러에 지지 표명…“원활한 곡물 수송 위해 흑해 보호할 것”
‘기뢰 제거’ 조건에 반박하는 우크라…“제거에만 수개월 걸려”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러시아와 터키가 원활한 식량 공급을 위해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에 대해 논의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무리한 조건을 내걸고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개방하려 한다며 협상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명분으로 흑해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터키 앙카라를 방문해 이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문제에 대해 논의한 후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을 보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증이라며 “우크라이나가 기뢰를 제거한다면 러시아는 이를 악용하지 않고 선박이 자유롭게 출항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뢰 제거 과정에 반대하는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지 우리가 아니다”라며 “러시아 측은 이미 필요한 약속을 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차우쇼을루 장관도 원활한 곡물 수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흑해를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터키는 이를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제안과 터키의 지지에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같은 날 세르히 이바슈첸코 우크라이나 곡물연맹 대표는 “터키는 곡물 수출과 우크라이나 항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지 않다”며 “러시아가 요구하는 기뢰를 제거하려면 3~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도 러시아가 내건 ‘기뢰 제거’ 조건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우크라이나 항구 개방을 악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라브로프 장관의 약속이 “공허한 말”이라고 비판했다.
바실 보드나르 주터키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 개입 없이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합의는 성사될 수 없다”며 “터키가 이 문제를 중재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계속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럽연합(EU) 관리들도 두 정상의 발언을 두고 비난했다.
협상 과정에서 서방의 대러 제재 완화를 지지한 차우쇼을루 장관을 향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우리의 대러 제재는 식량에 영향 미치지 않는다”며 “식량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전쟁뿐”이라고 단언했다.
샤를 미셸 유럽의회 의장도 이날 러시아가 식량 공급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그들의 행동을 소련식 거짓말로 포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흑해 항구가 막히자 유엔은 식량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러시아, 그리고 터키에 곡물 수출 통로를 마련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비난하며 국제 식량 위기에 대한 책임을 부인해왔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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