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개를 선택한 게 아니라 개가 우리를 선택했다’.
최후에 살아남은 인류는 적자생존자가 아니라 친화력이 좋은 다정한 자였다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로 유명한 진화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와 저널리스트 버네사 우즈는 다정함 시리즈의 원조격인 ‘개는 천재다’(디플롯)에서 개가 늑대와 달리 살아남아 번창한 것은 인간을 선택한 결과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들려준다. 소위 개의 자기가축화이다.
그 과정에서 개는 인간의 마음과 몸짓을 알아내는 특유의 인지능력을 키웠고, 인간의 동반자로 개 역사상 유례없는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개 박사’ 브라이언 헤어는 차고에서 공과 컵, 장난감 만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 개의 천재성을 밝혀낸다.
인간 유아는 9개월이 되면 엄마가 보고 있는 것, 만지고 있는 것,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안다. 과학자들은 인간과 같은 유인원인 침팬지에게도 그 같은 능력이 있는지 관찰했다. 두 개의 용기 중 한 곳에 음식을 감춘 뒤 음식이 어디 있는지에 관한 단서를 주었다. 음식이 있는 용기를 만지거나 가리키거나 바라본 것이다. 침팬지는 인간의 몸짓을 알아내지 못했고, 이는 모든 종이 마찬가지였다.
과학자들은 이런 의사소통 능력이 인간을 고유하게 만든 것이라고 여겼지만 브라이언 헤어는 개를 주목했다. 실험 결과, 생후 9주 된 강아지부터 성견까지 떠돌이개와 원시개에 가까운 뉴기니싱잉독에 이르기까지 모든 개가 인간의 손짓과 몸짓을 읽어냈다. 개들이 인간과의 소통능력에 있어서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브라이언의 실험은 개 훈련사들은 물론 진화생물학자들의 통념까지 바꿔 놓았다. 늑대는 여러 면에서 개를 압도하지만 사람과의 소통에선 개와 천지차이다. 개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몸짓을 읽고 사람에게 말한다. 심지어 동족보다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인간과 개의 놀라운 관계는 늑대 집단이 인간 근처의 식량원을 이용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본다. 개들은 촌락 주변에 살면서 낯선 사람이 접근하면 크게 짖어 알리고, 사냥에서 먹잇감을 몰고 부산물을 먹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개와 사람의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다. 개는 어떻게 하면 청자가 신호를 더 잘 받을 수 있을까를 토대로 시각신호와 음성신호를 조절한다. 어떤 개들은 수백 개의 이름을 외운다. 인간의 몸짓을 읽는 능력에선 견종의 차이는 없었다.
책은 사람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가 된 개의 다정함을 통해 인간 생존의 비밀을 슬쩍 열어 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개는 천재다/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김한영 옮김/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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