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13차례 ‘도어스테핑’ 톺아보니
평균 3개 질문…많게는 7개·적게는 1개 답변
檢 질문에 감정적…권성동과 엇박자도 표출
직접 소통 긍정적…말의 무게감 떨어질 수도
“신선하고 좋지만, 정제돼 신중하게 할 필요”
10일 취임 한 달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측근들도 한목소리로 인정하는 자타공인 ‘다변가’(多辯家)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고,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고 한다. 대통령은 정치를 하는 자리이며, 정치는 말로 이뤄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는 기본적으로는 말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는 말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실이 선정한 윤 대통령 취임 한 달 ‘달라진 10가지’ 중 용산 청사 출근길의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회견)은 ‘용산시대’ 개막에 이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를 취재하는 관행을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한 건물에 위치하면서 가능해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한 달간 13번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평균 3개의 질문을 받았고 가장 많이 받은 날은 7개의 질답(5월9일)이 오갔다. 질문을 1개만 받은 날도 세 차례(5월1일·5월27일·5월30일) 있었다.
도어스테핑을 통해 톺아본 윤 대통령의 말은 ‘직설·직진·직접’으로 요약된다. 에둘러 표현하는 법 없고, 결정하는대로 밀어붙이며, 누구든 직접 만나 소통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스타일이 자칫 혼자 결정하고, 자신만 옳으며, 결국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독단·독선·독주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언어와 어법은 윤 대통령의 개성과 19년간 검사 경험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법 따라 원칙 따라 대응하겠다고 천명해왔다”(7일)고 밝혔다. 이해 갈등과 조정이 필요한 사안에서 정치적 언어보다는 검사의 언어가 먼저 나왔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검찰과 관련한 질문에는 유독 목소리가 높아졌다. 8일 검찰 출신 편중 인사에 대한 질문에 “과거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선진국, 특히 미국같은 나라를 보면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정부 소속 법조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닌가”고 했다. 이에 대해선 우리와 미국의 정치 환경 및 제도가 다름에도 ‘선진국’이라는 이유로 단순 비교해 왜곡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출신 인사 기용에 대해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말한 대목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엇박자를 표출하기도 했다.
즉문즉답으로 이뤄지다 보니 날것의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7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 문제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물류대란에 대한 발언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언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언이 많다 보니 ‘자기부정’에 빠질 위험은 늘 상존한다. 10일 13번째 도어스테핑에서는 2001년 운전면허 취소 기준의 두 배를 넘는 음주운전에도 선고유예 처분을 받은 이력이 논란이 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음주도 언제 한 건지, 상황, 다발성, 도덕성 같은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풀기를 기대하는 사안에 대해 ‘법과 원칙’을 강조한 윤 대통령이 정작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취재진과 대면하는 횟수를 늘리는 것은 긍정적이다. 때로는 작은 표정 변화도 메시지가 된다. 다만 수석보좌관회의나 국무회의 모두발언과 같이 정제된 메시지는 줄이고 즉흥 발언이 많아지면서 수반되는 위험은 부담이다. 대통령의 말은 한 번 공개되면 그 자체로 많은 것이 결정된다. 정책적으로,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첨예한 사항을 단번에 규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0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아침 대통령께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는 것은 신선하고 좋지만, 정제돼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반드시 거기서 큰 실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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