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83.6% “피해자 위해 우려로 구속 입법화해야”
구속영장 신청시 피해자 의견 반영 설문, 84.1% 동의
보복범죄, 2017년 254건서 2020년 293건으로 증가
“현행 구속사유에는 ‘보복범죄 가능성’ 빠져 있어”
경찰청도 피해자보호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 검토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최근 대구에서 패소 후 앙심을 품은 남성이 방화를 저질러 수많은 사상자를 남긴 가운데, 무고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보복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현직 경찰관들도 피해자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독자적인 구속사유로 입법화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경찰학회에 따르면 이 학회 학술지 한국경찰학회보에 발표된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 개선에 대한 경찰관의 인식 연구’ 논문에서 경찰관 10명 중 8명은 수사단계에서 가해자의 구금에 관해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의견에 과반수가 동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보복범죄 가능성은 구속영장 발부 시 일종의 ‘고려사항’으로만 인정되고 있다.
현직 경찰관 31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652명(83.6%)이 피해자,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독자적 구속사유로 입법화하는 데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이 같은 응답의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보복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2.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외 ‘검사·판사가 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실질적으로 고려토록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은 33.0%, ‘가해자에 대한 구속을 통해 피해자의 심리적 안전감을 고취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18.5%, ‘가해자의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5.4%로 집계됐다.
현행법상 피의자 등을 구속할 수 있는 사유는 ▷주거부정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보복범죄 가능성은 고려사항으로만 규정돼 있는데 이를 명시적인 구속 사유에 포함시켜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보복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복범죄 발생 건수는 연도별로 ▷2018년 267건 ▷2019년 292건 ▷2020년 293건 발생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해 논문을 게재한 염윤호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보복범죄 가능성을 구속사유에 포함하는 입법화를 주목했다. 연구팀은 “구속사유의 확대는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한 구금이 남용돼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도 “구속의 상당성과 필요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 피의자나 피고인의 권리 보장도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관들 중 84.1%(2667명)는 수사단계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피해자 의견을 함께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형사처분에 있어 사건 당사자인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 가능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과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각각 24.6%, 10.3%였다. ‘피해자 의견이 반영되면 가해자가 보복행위를 단념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6.0%였다.
보도제도인 가정폭력처벌법·아동학대처벌법·스토킹처벌법상 접근금지 명령 등이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결과도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접근금지 명령 효과에 대해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2%였으며 ‘충분하지 않다’와 ‘매우 충분하지 않다’는 37.3%로 긍정적 인식인 24.6%보다 많았다.
접근금지 명령이 피해자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9.5%로 나타났다. ‘피해자에 대한 보복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은 33.3%로 집계됐다.
실제 경찰청은 지난해 8월 18일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효적 가해자 조치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 연구를 보면 보복범죄를 막기 위해 구속 사유에 ‘피해자·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규정을 추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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