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서초 집회 ‘출구’ 없나
서울의소리 “법대로 진행” 주장
전문가 “소음의 질 인간에 치명적
피해 입증마저 매우 어려운 분야”
입주민 400여가구 진정 등 준비
文 사저 앞 집회 신고 금지는 2건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측이 윤석열 대통령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맞불 집회’를 시작한 지 21일로 일주일이 됐지만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고발·진정이 진행되며 법적 대응으로 격화할 조짐이다.
지난 20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인근 집회 현장은 200m 떨어진 곳에서부터 소음이 들려왔다. 서울의소리 측은 아크로비스타 쪽과 대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노래, 연설,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고 있다. “5초간 함성”이라는 말에 따라 콘서트 현장처럼 소리를 지르는 모습도 발견됐다. 서울의소리 측은 지난 일주일 동안 일요일은 오후 6시까지, 다른 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집회하며 ‘법대로 집회’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맞은 편에는 아크로비스타 주민들이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집회 소음으로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울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여놨다. 인근 어학원에서 차량을 운행하는 A씨는 “법적으로 보장받은 집회라니 어찌하겠냐”면서도 “벌써 2주차다. 최대한 아이들에게 저런 모습이 노출이 안 되도록 빨리 움직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맞불 집회 양상은 대선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팬덤 정치’의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근소한 차이로 끝난 대선 후에 협치나 봉합 없이 갈등이 방치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지하기 위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공격하는 (양산·서초) 양쪽 모두 비민주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고만 하면, 소음 기준만 맞추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과도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기에 피해자를 보호할 방법도 논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시법 시행령 기준에 따르면 주거지역의 등가소음도 주간 기준은 65㏈(데시벨)이다. 서울의소리 측은 해당 기준을 넘지는 않게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대로의 교통 소음 등을 고려해 배경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현장에 대응하고 있다.
소음 전문가는 소음의 강도 못지않게 ‘소음의 질’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김태구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찌지직거리는 마이크 소리 같이 크진 않아도 지속되면 괴로운 소음이 있다”며 “‘쿵쿵’ 간헐적으로 들리는 진동과 충격에 혈압이 올라가거나 스트레스가 축적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간에 기온이 올라가면 소리가 또 위로 올라가는 영향이 있다. 소음이 ㏈ 기준을 넘지 않는다고 괜찮은 게 아니라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주파수대에 있는지도 파악이 필요하다”며 “방음이 안 되는 양산 쪽의 소음도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소음에 대한 주민 대응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민동환 법무법인 윤강 변호사는 “민사소송으로 가더라도 각 세대 내에서 소음 피해를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편”이라며 “소음 수인한도가 있지만 생각보다 이 법적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드물고 수치의 객관성을 다퉈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준을 너무 낮춘다면 공사장 소음이나 주거지 내 이동에도 불편함이 생길 수 있어 현실적으로는 관할 관청 등의 행정 조치들이 주로 이뤄지는 편”이라고 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 팬카페인 ‘건사랑’은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20일 경찰에 고발했다. 아크로비스타 입주민들 또한 조만간 서울 서초경찰서에 집회 소음 관련 진정을 제출할 예정이다. 진정서 서명에는 400명에 가까운 입주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원헌 아크로비스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저희가 (문 전 대통령을 향한)양산 집회를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막을 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심정”이라며 “진정에도 개선이 안 되면 다른 법적 조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후 경남 양산시 사저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가 들어온 19건 중 경찰이 금지통고를 내린 집회는 현재까지 총 2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 집회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찰은 법령 개정 검토 등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날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난 5월 10일부터 오는 7월 15일까지 양산시 사저 주변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접수한 신고 건수는 총 19건이다.
집회 신고를 한 개인·단체는 총 15곳(중복 제외)이다. 집회 신고를 가장 많이 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의 경우, 지난 5월 14~15일·22일·28~29일, 지난 4일~오는 7월 1일 등 4차례에 걸쳐 총 33일간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자유진리정의혁명당은 2차례 집회 신고를 했는데, 집회 개최기간은 총 55일(지난 5월 16일~지난 11일·지난 12일~오는 7월 9일)로 가장 길다.
이 가운데 경찰이 금지통고를 내린 집회는 코백회의 지난 1일 집회·행진 일부와, 보수단체 벨라도 회원의 지난 15일자 집회 등 2건이다. 양산시 사저 앞 집회가 본격 시작된 지난 5월에는 금지통고 조치가 없었고, 고성·욕설 시위 논란이 커진 이달 들어 처음 금지통고 결정이 나왔다.
강승연·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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