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법무부가 세 차례에 걸쳐 검찰 정기인사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주목받은 부분은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일선 검찰청의 ‘주요 부서’에 누가 수사 실무자로 배치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근무연이 있는 ‘특수통’이 대거 약진할 것이란 예상 속에 실제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검사들이 대거 주요 부서로 이동했다. 발탁과 좌천이란 평가가 엇갈리며 인사 여파가 이어지는 동안 영전은 영전대로, 사직은 사직대로 검사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거론됐다.

지금 법원에선 9월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부장검사 이동 사유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던 검찰 인사 주목도와 비교하면 대법관 인선 과정은 몹시 조용하다. 검찰 인사 전부터 하마평이 우르르 쏟아지던 검찰총장 인선 절차와 비교해도 확연히 대조적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최근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서 최종 1인 제청만을 남겨뒀지만 이 3명이 서울대를 졸업한 50대 또는 60대 현직 고위 법관이란 점 외에 별다른 특이점은 회자되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은 공직이 없다지만 대법관은 흔히 ‘법조’라고 부르는 직역의 어느 자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다. 4명씩 구성되는 대법원 소부에선 심리를 주도하며 판결문을 작성하고, 전원합의체에선 대법원의 법정 의견을 가를 ‘결정적 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대법관 한 명의 판단에 따라 형사 사건의 유무죄, 민사 사건의 배상 여부 및 액수 등 개별 사안의 최종 판단이 달라진다. 나아가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보편적 판단 기준을 만들기도 한다. 미투 운동 확산 이후 성범죄 사건에서 유념해야 할 기준으로 자리 잡은 성인지감수성이나 임금소송에서 통상임금 산정 기준 등이 모두 그렇게 확립됐다. 대법관 한 사람의 판단이 시민 각자의 삶에 구체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 밖에서 서울중앙지검 차장·부장검사 이름은 알아도 대법관 이름은 모르는 게 이미 흔한 일이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단순히 어떤 사건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해석이 개입될 만큼 형사 사건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정파적·정치적으로 소비되는 일이 흔해지면서 검사 인사가 과도하게 주목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반면 대법관 인사의 경우 법조에서 가장 중요한 인선 절차인데도 검찰 수사와 비교해 직관적이지 않다 보니 시민의 관심에서 떨어져 있다는 게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윤석열 정부 5년간 한 명의 대법관을 제외하고 대법원장과 모든 대법관이 새로 임명된다. 대법원의 판결 기조가 달라지면 법정 다툼의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완전히 달라진다. 정책이나 외교 문제가 연결된 사안이라면 사회적·국가적 파장은 필연적이다. 검증기간이 흐지부지 흘러간 뒤 임명되고 나면 인사는 되돌릴 수 없다. 기자라는 직업인으로 대법관 인사에 둔감했던 건 아닌지 스스로 반성부터 할 일이란 생각이 이제야 든다.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