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허지웅. [김영사 제공]
작가 허지웅. [김영사 제공]

“저는 스스로를 참 하찮게 생각해요. 근데 지켜야 할 원칙은 되게 높아요, ‘이걸 안 지키면 쓰레기다’ 하는 원칙들이 많은데 그걸 매번 지키지는 못하죠.”

작가 허지웅이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김영사) 출간과 관련, 23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최소한의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성격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게 내면화됐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환경적으로 잘못될 수 있는 여건들이 많았지만 탈선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 우리 사회가 자의식을 드러내는 행위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데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소한의 이웃’은 작가가 오롯이 혼자 힘으로 버텨야 했던 청년 시절과 그렇게 혼자 힘으로 자리를 잡자마자 암에 걸려 분투하면서도 끝내 놓지 않은 질문,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망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는 투병 당시, 평소 불던 휘파람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며,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로 말했다. 인과관계가 명확지 않은 일들이 많은데 과거에서 답을 찾으려다 보면 누군가를 원망하게 되고 피폐해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이유 없이 벌어지는 일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작가는 최소한의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한 덕목으로 애정, 상식, 공존, 반추, 성찰, 사유를 꼽았다.

그에게 이웃의 자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롤 모델은 선한 사마리아인이다. 먼저 손을 내밀고 돕는 이가 이웃이라는 것이다. “남의 가족 문제에 참견하는 게 될까 봐” 아동학대에 침묵하는 게 옳은지, 장애인이 “격리되고 분리되어 살아가”길 바라는 것은 아닌지, 타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데 선을 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타적인 사람이 되라는 게 아니라 내가 남에게 바라는 이웃의 모습을 내가 가져야 한다”라는 얘기다.

그는 우리 사회 세대갈등과 어른을 ‘꼰대’로 부르는 것과 관련, “6000년 전 수메르 점토판에도 아들이 어른의 지혜를 배우려 하지 않고 ‘나이 든 병자’라고 비꼬는 내용이 나온다”라며, 세대 갈등은 역사상 반복돼왔기 때문에 피해의식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의 이웃이야말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타인과 최소한의 관계를 맺지 않으면 위기 속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죠.”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