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둔 고3, 야간 자율학습을 해야 하지만 자습을 일찍 끝내고 슬그머니 학교를 빠져나와 영화관에 갔다. 애타게 기다리던 ‘토이스토리 3’를 보기 위해서다. 장난감들과 우디의 오랜 우정에 이별의 순간이 오고, 엔딩 장면에 훌쩍이며 울다 눈이 퉁퉁 부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도 언젠가는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이런 것’이 뭔지 몰랐다.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작가 김초엽의 얘기다.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열림원)에서 김초엽은 무엇이 자신을 글쓰기로 이끌었는지 그 궤적을 되짚어 나간다. “읽기가 어떻게 쓰기로 이어지는지, 만난 책들이 쓰는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책과의 우연한 만남과 설렘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가의 리스트에는 ‘SF작가’라는 꼬리표에 걸맞게 과학교양서나 과학다큐멘터리 등 과학언저리의 책이나 콘텐츠가 많다. 가령 곰팡이에 관한 책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라든지 악명높은 과학자 리센코에 관한 ‘리센코의 망령’등이다.

독자들의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얘기도 곁들였다. 베스트셀러 ‘지구끝의 온실’이 실제 논문을 여러 편 참조했으며.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논픽션 작가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소설쓰기를 낯선 여행지의 가이드가 되는 일에 비유한다. 먼저 세계를 탐험하고 매력을 소개하는 역할이다.

“안갯속에서 초고를 쓰고, 많은 자료를 읽고 공부하고 가져와 길목 구석구석을 점차 구체화하고 또 다시 쓰고 고치기를 반복한다”는 그 만의 소설짓기 방식도 들려준다.

이야기를 쓰는 이유의 근저에는 ‘토이스토리’를 보고 벅찬 감정으로 들떠 집으로 걸어 들어오던 열여덟 살의 김초엽이 있다. SF란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생각도 들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책과 우연들/김초엽 지음/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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