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여행지 ‘가을정원’ 6곳
‘안동 영산암’ 석등·배롱나무 조화 신비로워
첩첩산중 ‘진도 운림산방’ 구름숲 풍경 운치
강물과 달이 함께 밝은 ‘밀양 월연정 쌍경당’
옥천 학습원 ‘천상의 정원’ 사색·성찰 공간
아내 위해 남편이 직접 가꾼 ‘로미지안가든’
청계산 자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정원’
한국관광공사(사장 김장실)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옥상정원 ▷정선 로미지안가든 ▷옥천 수생식물학습원 ▷안동 봉정사 영산암 ▷밀양 월연정 ▷진도 운림산방을 가을 정원 테마의 추천여행지로 선정했다.
이들 가을 힐링 아이콘 중에는 대한민국이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여행지,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유산 방문캠페인’ 탐방 코스도 포함돼 있어 뿌듯함을 더한다. 현장 취재에는 구완회·권다현·문일식·박상준·진우석·최갑수 여행작가가 임했다.
▶닫힌 듯 열린 마당 정원, 안동 봉정사 영산암=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에는 부속 암자 영산암(경북민속문화재)이 있다. 우화루의 작은 문으로 허리를 굽혀 들어가면 우리 옛집과 마당이 어우러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영산암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전각 6동 가운데 자리 잡은 마당에는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 같은 화초가 어우러져 무심한 듯 아름다운 정원을 이룬다.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꼽히는 이곳은 3단으로 된 마당 아래쪽에 풀꽃이 있고, 가장 넓은 중간 마당은 바위 위에 솟아오른 소나무를 중심으로 배롱나무와 석등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봉정사에서 멀지 않은 의성김씨 학봉종택은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어받은 조선 중기 문신 학봉 김성일의 종가다.
학봉종택 인근에 있는 광풍정(경북문화재자료)은 김성일의 제자 장흥효가 관직에 나가지 않고 학문을 익히며 후학을 양성한 곳이다. 차로 15분 가면, 1000년 가량 지나도 여전히 잘 생긴 고려시대 마애여래입상(보물)이 있다.
▶남종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빚다, 진도 운림산방=진도는 문화유산방문캠페인 10코스 중 ‘소릿길’의 중심지이다. 토요민속여행은 외국인과 재외동포까지 먼길을 달려오는 등 인기가 높다. 진도 운림산방(국가 명승)은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말년에 낙향해서 지은 화실이다. ‘첩첩산중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단풍과 호수, 물안개, 운치 있는 전각의 조화가 빚어낸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진도에서 태어난 허련이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모시고,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가 돼서 임금 앞에 나아가 그림을 그리는 최고 영예를 누린 이야기는 운림산방의 격을 높인다. 운림산방은 허련의 삶과 주변의 빼어난 풍광, 아름다운 남종화까지 산책하듯 만나는, 가을에 딱 어울리는 공간이다.
소치1·2관에는 허련부터 5대에 이르는 작품과 홀로그램, 미디어 아트 등을 선보여 여행자가 미술에 친근하게 다가갈 기회를 마련한다.
진도타워와 우수영국민관광지를 잇는 명량해상케이블카는 명량해전의 격전지 울돌목 상공을 가로지른다. 진도 용장성(사적)에 가면 고려 시대 몽골에 맞선 삼별초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가득한 별서 정원, 밀양 월연정= 월연정은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해 지었다. 쌍경당과 그 옆에 자리한 제헌, 월연정 등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명승)’이라 부른다. 먼저 만나는 곳은 쌍경당. 쌍경(雙鏡)은 ‘강물과 달이 함께 밝은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는 뜻이다. 쌍경당 옆에는 이태의 맏아들 이원량을 추모하는 제헌이라는 건물이 있다. 쌍경당 옆 얕은 계곡에 놓인 쌍청교를 건너면 월연정에 닿는다.
월연정은 앞면 5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한가운데 방이 하나 있고 사방이 마루다. 마루에 앉으면 가을빛을 안고 흘러가는 밀양강이 내다보인다. 보름달이 뜰 때 달빛이 강물에 길게 비치는 모습이 기둥을 닮아 월주경(月柱景)이라 하는데, 옛사람들은 월주가 서는 보름마다 이곳에서 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밀양의 가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천황산(재약산)이다. 새하얀 꽃을 탐스럽게 피운 억새로 가득해 여행객이 몰린다.
▶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천상의 정원= 옥천 수생식물학습원은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가을 비대면 관광지’로 선정됐다. 학습원을 가꾼 주서택 원장은 오랫동안 목사로 활동하다가, 이른 퇴임 후 도시 사람들이 자연의 품에서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학습원은 대청호 품에 안긴 사색과 성찰의 공간으로, ‘수생식물학습원’이란 공식 명칭보다 ‘천상의 정원’이란 별칭이 잘 어울린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천상의 바람길’이다. 호젓하고 아기자기한 산책로 곳곳에서 불쑥 대청호가 나타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학습원이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대, 수련이 가득한 연못 등을 둘러보는 맛도 일품이다. 에듀테인먼트 가족여행, 선남선녀의 썸 여행 모두에게 어울리는 몇 안되는 여행지이다.
옥천 장령산자연휴양림은 자연에 묻혀 하룻밤 보내기 좋다. 맑은 금천계곡을 따라 이어진 치유의숲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원양조장은 4대째 내려오는 술도가로 유구한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다. 드라마 괴물 촬영지 부소담악은 필수여행지.
▶사랑이 깊어지는 정원, 정선 로미지안가든= 강원도 정선에 자리한 로미지안가든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가꾼 특별한 정원이다. 아내 만큼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도 소중히 여기다 보니 무려 10년 세월이 걸렸다. 이곳의 랜드 마크 ‘가시버시성’은 부부의 순우리말인 가시버시란 이름처럼 사랑과 믿음에 대한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베고니아를 1년 내내 감상할 수 있는 ‘베고니아하우스’도 볼거리를 더한다. ‘프라나탑’과 ‘붉은자성의언덕’ 등 정원을 꾸미는 동안 느낀 깨달음을 풀어낸 공간이 다양하다.
전문가와 함께 ‘금강송산림욕장’에서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유럽의 산장을 떠올리게 하는 카페와 현지에서 전수한 손맛을 자랑하는 일식당, 전망이 빼어난 숙소가 있어 느긋하게 걷고 한가로이 쉬기 좋다.
▶사유의 가을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정원=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은 청계산 자락에 있어 나들이 삼아 가기 제격이다. 올해는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 옥상정원―시간의 정원〉 전시가 가을 정취를 더한다.
‘시간의 정원’은 조호건축(이정훈 건축가)이 과천관 옥상에 디자인한 지름 39m 원형 구조물이다. 정원 밖으로 보이는 일대의 자연과 흰색 파이프 그림자의 변주가 흥미롭다.
‘시간의 정원’ 가운데 아래층에는 황지해 작가의 ‘원형정원 프로젝트 :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전시가 열린다.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주변 산과 들의 식생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우리 땅 곳곳의 생태를 옮겨 왔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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