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2주기 추모식

유족·삼성 경영진 등 300명 참석

삼성전자 온라인분향소 애도물결

미술 대중문화로 저변 확대 한몫

한국 첫 감염병전문병원 건립 주목

소아암·희귀질환 위해 3000억 기부

이건희 삼성 회장 2주기인 2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선영에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가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수원=임세준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 2주기인 2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선영에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가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수원=임세준 기자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선영이 있는 선산 앞. 2주기 추모식에는 고인의 유족과 삼성 고위 경영진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가 조금 넘자 선산 입구엔 현직 삼성 사장단 60여명을 태운 검은색 대형 밴 차량 6대가 들어섰다. 이들은 9시 35분께부터 15분여간 굳게 입을 다문 채 엄숙한 분위기에서 선영을 참배했다.

오전 10시 55분께 얼굴을 드러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검은색 정장에 무거운 표정으로 등장했다. 이 자리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고 이 회장의 가족들도 함께 고인을 추모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의 주요 경영진뿐만 아니라 고 이 회장의 주치의 등 과거 인연이 있는 인사들까지 추모객은 총 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이 회장은 2020년 10월 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은 지 6년 5개월 만이었다.

고인에 대한 추모는 이날 인터넷에서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인트라넷 온라인분향소에는 이 회장을 추모하는 댓글이 오전 11시 기준 1만5000여개가 달렸다. “전 세계 경제가 위기와 불확실성에 처해진 요즘 예지 능력이 가득하셨던 존경하는 회장님이 그립습니다”, “얼마전에도 동료들끼리 모였을때 회장님께서 참 혜안이 있으시고 대단한 사업가셨다고 회고했습니다”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고 이 회장의 별세 2주기를 계기로 ‘KH 3대 유산’에 다시금 관심이 쏟아졌다. KH는 이건희 회장의 이름에서 따온 영문 이니셜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은 1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한 것 외에도 사회 환원을 위한 3대 기증사업을 펼친 일이 벌써부터 결실로 맺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평가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고 이 회장의 철학에 따라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하자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이 생길 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등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는 호평을 받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매회 매진을 기록, 현재까지 72만명의 관람객들이 유족들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대구미술관·광주시립미술관 등 지방 미술관에도 특별전이 차례로 열리면서 컬렉션 투어족까지 생겨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뉴욕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2026년 시카고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각 박물관의 소장품과 일정기간 맞교환하는 방안으로, 교류 전시가 성사될 경우 한국에서 세계 3대 박물관의 전시품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165㎡ 규모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한국실은 삼성의 지원으로 불상 등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돼 있으며 향후 교류 전시회가 열릴 때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대거 포함된 컬렉션을 통해 전 세계 관람객들이 더 넓은 공간에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함께 젊은 세대로 수요를 확장시키며 한국 미술계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고 이 회장의 컬렉션을 시작으로 한 기부 행렬이 미술이 소유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향유하는 대중문화로 저변을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의 입장권 예매자는 20~30대가 70.4%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은 특별전을 관람할 때마다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록하기도 했다.

인간 존중 철학을 바탕으로 의료공헌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고 이 회장의 유지에 따라 유족들은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미래 사회의 가장 큰 위혐 중 하나로 대두된 감염병 극복을 위해 7000억원 기부, 이 중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세계적 수준의 120~150병상으로, 국내 민간 병원 중 최대 규모다.

정부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기부금 운용을 위해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기부금을 관리하는 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에 사용된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 비싼 치료비 탓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도 기부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이 쓰인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지원함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김지헌 기자, 김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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