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 문제’ 해결책, 전문가에 물었더니
“관련 법 부재 한계…약품 오남용 통계도 없어”
“공급사법 가중처벌·‘건강’ 교과목 필요”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청소년 마약 문제는 금지된 마약을 투약하는 것만이 아니라 의약품을 잘못 쓰거나 과하게 사용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약품 오·남용 실태 파악을 위한 통계 구축, 교육부의 역할과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2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불법 마약류 외 처방 의약품의 오·남용 상황을 파악할 통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졸피뎀 같은 수면유도제,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가 청소년 사이에서 어마어마하게 퍼져 있는데도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식약처는 2020년 2월 28일 마약류 의약품의 경우 해당 환자의 지난 1년치 처방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의료용 마약류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를 마련했지만 이를 빠져나가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경남경찰청에서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의료용 펜타닐을 본인과 타인 명의를 이용해 허위로 처방받아 판매·투약한 10대 청소년 42명이 검거됐다.
마약 문제가 심각하기로 알려진 미국에서는 펜타닐로 인해 연간 6만명의 사망자를 낳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로스엔젤러스(LA)에서는 15세 청소년 멜라니 라모스가 펜타닐이 함유된 알약을 먹고 학교에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LA 당국은 이 일로 인근 공립학교들에 마약해독제 나르칸(Narcan)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또 김 교수는 교육부의 약물 오·남용 교육은 파편화돼 전달되다 보니 실제 생활에 녹아들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활태도 변화까지 이어지려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규교육 과정 안에서 꾸준하게 학습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육당국이 지금의 청소년에게 적합한 새로운 교과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담배, 음주, 폭력, 마약, 자살 등은 다른 위험행동처럼 보일지라도 퍼즐처럼 연결돼 있다”면서 “이를 포괄하는 교육이 필요한데 강당 교육이나 단기 파편화된 현행 방식은 자칫 호기심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예방과 더불어 처벌·치료·재활을 가능하게 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찰 마약수사관 출신인 윤흥희 한국행정개혁학회 마약정책특별위원장은 “해외처럼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한 사람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중독범죄학회보에 따르면 미국은 청소년에게 약물을 제공하면 정해진 약물 처벌 규정(재범의 경우에는 3배 가중)을 가중처벌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타인에 대한 모방심, 호기심, 친구관계 등 마약은 청소년들의 심리적인 부분과도 연결돼 있다”며 “형식적인 교육 속 신종 마약에 학생들이 더 접근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도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이 언급됐다. 당정은 마약중독 치료·재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피해를 청소년이 인식할 수 있도록 공익광고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청소년 마약류 예방교육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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