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카레라이스, 멜론, 아이스크림, 소다수….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들 음식들이 처음 등장한 건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7년 김말봉의 신문연재소설 ‘찔레꽃’에는 주인공이 미츠코시백화점 4층의 대형식당을 찾아 멜론과 아이스크림, 소다수를 시켜 먹는데, 낯선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있던 미스코시 식당에선 서양음식과 음료만 직접 조리하고 나머지 음식들은 근처 고급음식점으로부터 납품 받아 제공했다. 면류는 남산정의 기쿠야에서,장어요리와 덴푸라는 욱정의 가와나가에서, 스시는 명치정의 스시히사의 음식을 제공받았다. 서양음식 가운데 인기 상품은 ‘런치(lunch)’였는데, 채만식의 ‘태평천하’에서 기생 춘심이 윤직원에게 미쓰꼬시에 가서 사 달라고 한 ‘난찌’가 바로 그 런치다. 점심 한정판 메뉴로 돈가스, 라이스카레 등을 한 접시에 담아서 팔았다.
식당은 입구에 손님들이 음식을 고르기 쉽도록 진열대에 음식 샘플을 전시해 놓았는데 지금 식당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소다수는 탄산음료로 당시 소설들에 다수 등장해 인기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박현수의 ‘식민지 식탁’(이숲)은 우리의 현재 식문화의 원형을 보여주는 식민지 소설에 나타난 음식풍경을 담고 있다.
요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카레라이스는 1920년대 중반 도입돼 30년대 중반에는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보급된다. 당시 라이스카레의 가격은 15전으로 런치나 치킨라이스보다는 쌌고 한식인 대구탕, 비빔밥, 장국밥, 떡국 등과 가격이 같았다.
저자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새로운 음식들의 유래를 꼼꼼이 살피는데, 서양음식을 일본화한 절충음식의 하나인 카레의 경우 군인들의 각기병을 예방하기 위해 군용식품으로 도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흔한 카페의 원조 역시 당시 경성에 닿는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화자는 아내의 ‘이상한 일’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야 하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던 나는 경성역 티룸을 발견하고 쾌재를 부른다. “박스에 앉아 아무 것도 없는 것과 마주 앉아서 잘 끓은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때운다. 경성역은 당시 모던의 상징이었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는 이 티룸의 다른 메뉴로 홍차나 아이스크림 등이 등장한다.
당시도 음식주문 배달이 가능했다. 요릿집 음식의 경우, 두 사람이 가마에 사람을 태우듯 음식을 가마에 태워 곱게 배달했다.
당시 새로운 문물로 여겨진 먹거리 풍경을 소설을 통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식민지의 식탁/박현수 지음/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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