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나며 시각장애인 2명에게 각막 기증

의학 발전 위해 시신도 기증

“앞을 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기적이 되길”

故 박은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故 박은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사랑하는 어머니와 이별에 상심이 크지만, 생전 아름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신 어머니의 눈을 통해 누군가가 빛을 선물받는다고 생각하니 큰 위로가 됩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지난 9일 83세의 나이로 고(故) 박은주 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시각장애인 2명에게 각막을 기증하고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했다고 12일 밝혔다.

박씨의 숭고한 기증은 17년 전의 약속이었다. 당시 다니던 교회에서 진행된 생명나눔예배를 통해 장기 기증 희망 등록에 참여했다. 같은 날 박씨뿐 아니라 자녀들과 어린 손자도 장기 기증에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딸 김모 씨는 “어머니의 나눔이 앞을 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는 기적을 선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의학 발전에도 큰 밑거름이 되어 후대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뜻깊은 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박씨는 40여 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네 남매를 키워야 했다. 지난해 2월 췌장암 말기와 함께 시한부 선고를 진단받은 절망적인 순간에도 박씨는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생명을 고통 속에 있는 이웃들과 나누고 싶어했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박씨의 나눔은 각막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며 “참된 이웃사랑을 보여주신 고인의 크나큰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라고 애도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