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악재에 100대 기업 3분기 영업익 25%↓
K-칩스법 통과 지연...반도체업계 “투자 보류”
경제단체들, 법인세 개편안 통과 필요성 호소
고환율·고금리·임금인상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 세부담을 덜어줄 법인세 인하 법안이 여전히 국회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최근 원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마저 가시화되고 있다. 국가 기간 산업인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장 악화로 인해 인력 증원 등의 투자마저 얼어붙는 등 산업계 전반이 ‘삼중고’에 짓눌리고 있다.
▶중소기업 9만곳도 혜택 받는데 꽁꽁 묶인 법인세법=경제계에서는 투자와 고용을 위해서 법인세 감면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최근 2022년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9일)까지 정부의 법인세 인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6단체는 성명을 통해 “지금 경제위기와 대전환기에 놓여 있는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투자 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회 임시회에서 법인세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은 윤석열 대통령과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비공개 만찬에서도 경제단체장들은 법인세율 인하 법안의 국회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앞으로도 모든 것에 있어서 법과 원칙에 따라 할 테니 기업들은 걱정하지 말고 투자·고용 측면에서 잘 도와달라”고 답했다.
정부의 법인세제 개편안은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구간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내리는 방안과 더불어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과세표준 2억~5억원 구간 세율을 현행 20%에서 10%로 10%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세청 국세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제개편안 통과로 특례세율이 적용되면 작년 기준으로 과세표준이 2억원을 넘는 9만3950개 중소기업의 세부담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 3분기 영업익 약 25%↓...원재료비 상승 탓=법인세 인하가 절실한 또 다른 이유로는 대외 복합위기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2일 각 기업의 분기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매출 100대 기업 영업실적 및 주요 지출항목 특징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환율, 고금리, 임금인상 등으로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등 피크아웃(peak-out)‘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3분기 매출은 337조32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5조9316억원)보다 18.0%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1조44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조4754억원)보다 24.7% 줄었다. 업종별로는 조선업(1791.9% 감소), 화학업(81.9% 감소) 등 7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줄었고, 가스업(732.5% 증가), 자동차업(507.7% 증가) 등 8개 업종이 늘었다.
100대 기업 중 3분기 원재료비 항목을 공시한 72개사의 매출은 같은 기간 18% 증가했다. 반면 원재료비 총액 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31.3%였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35.4% 감소했다.
경총은 기업들이 늘어난 생산비용을 판매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4분기에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에도 1%대 낮은 성장세와 고물가, 높은 임금 상승 등 아킬레스건이 기업 경영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황 악화에 기업들 “인력 증원 보류” =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의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늑장 통과’로 인해 수혜를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반도체 시황 우려가 커진데다, 정부 지원 역시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관련 기업들이 인력 증원 등의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채용을 하지 않거나 인력 수급 계획을 재고해 조정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한 반도체 기업은 채용과 관련해 애초에 11월 서류 전형 발표를 예정했으나, 내년 1월 초로 발표 일정을 미뤘다. 이외 다른 기업들도 통상과 달리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 인력 채용을 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한 반도제 장비 업체 고위 관계자는 “내년 다수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에 따른 관련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며 “인력을 당장 줄이는 것을 시행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인력 증원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인력 증원에 대한 반도체 업계의 이 같은 경계 움직임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반도체 시장 역성장 관측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역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 규모가 4960억달러(644조3000억원)로 올해(6180억달러)보다 3.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헌·정찬수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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