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1612개 상장사 재무상황 분석
매출액·자산 늘었지만 성장속도·내용 악화
“기업가정신으로 위기 속 활로 찾아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우리 기업이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이 부실해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성장 속도와 활동성도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글로벌 경기둔화를 대비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기업가정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대기업 160개, 중견기업 778개, 중소기업 674개 등 총 1612개 상장사의 올해 3분기까지의 재무상황을 분석한 결과 기업매출, 총자산 등 성장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액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내용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과 안정성, 활동성도 일제히 나빠졌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9.0% 늘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안정세에 접어든 지난해(14.0%)에 이어 매출성장세가 유지된 것이다.
다만 성장 속도는 둔화됐다. 지난해 2분기에서 3분기를 거치며 매출액증가율이 0.5%포인트 상승했으나 올해는 2.3%포인트 감소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매출액증가율은 지난 분기 대비 대기업이 2.8%포인트, 중견기업이 0.6%포인트, 중소기업 2.0%포인트 각각 줄었다.
총자산은 전분기 대비 2.8%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총부채도 4.4%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빚으로 쌓아올린 자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대상기업의 합산 총자산은 39조원이 증가한 반면 총부채는 40조원 증가해 부채증가액이 자산증가액을 앞질렀다.
지난해 3분기까지 53.5%를 기록한 영업이익 증감률은 올해 -7.2%로 내려앉았다. 특히 대기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3분기까지 58.3% 늘었으나 올해는 1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3.1%, 4.0% 증가했지만 지난해의 성장률(39.7%, 19.8%)에는 크게 못 미쳤다.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도 줄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로 전년동기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1.0%포인트 내린 수치다. 매출액당기순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도 5.9%로 지난해 같은 기간(7.4%)보다 1.5%포인트 줄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전년대비 22.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화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대상기업의 3분기 발생 이자비용은 총 3조5000억원으로 매분기 4000억~5000억원의 순이자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10.6배에서 8.0배로 급락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외부 차입의 증가로 전체기업의 3분기 누적 부채비율(81.4%)과 차입금의존도(19.4%)가 모두 작년 같은 기간(74.2%, 18.9%)보다 증가했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기업부채의 크기를 의미하는 부채비율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치로 전년 대비 상승폭도 7.2%포인트로 2019~2020년 상승폭(2.6%포인트)을 크게 앞질렀다.
총자본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기자본의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도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3%포인트 떨어진 55.1%를 기록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됐다는 의미다.
대한상의 측은 “최근 기업이 체감하는 경영위기가 코로나19 당시보다 크다는 것”이라며 “공급망 훼손, 고금리, 고유가·에너지 등의 고비용 복합위기가 내년에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기업의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상황을 반전시킬 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재고자산이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3분기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 2021년 6.6%에서 올해 8.0%로 급격히 증가했다.
재고자산회전율도 10.7회로 기록됐다. 이는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2020년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회전율이 낮을수록 재고자산의 소진 속도가 더디다는 의미다. 기업의 자산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자산회전율도 지난 분기 0.79회에서 0.78회로 소폭 하락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국내 대기업의 가동률이 코로나 때보다 떨어졌고 기업이 앞다퉈 내년 목표실적을 하향 조정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기업가정신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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