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장급 협의…日 '성의있는 호응조치' 결론 못내
피고기업 기여·사죄 “아직까지 핵심쟁점에 인식차 있다”
고위급 논의…내달 뮌헨안보회의 계기 외교장관회담 주목
韓정부, 추가 토론회 대신 피해자 측과 직접 소통하기로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한 최종 해법안을 위해 한일 외교당국 간 실무자급 협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 정부가 마련한 한국기업이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우선 판결금을 변제하는 ‘제3자 대위변제’ 해법에 대해 피해자 측은 피고기업의 기여와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에 대한 논의 단계이지만 여전한 견해차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고위급 회담에서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3시간 가까이 실무협의를 개최했지만,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에 대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가장 중요한 점이 성의 있는 호응조치이기 때문에 필요한 핵심 쟁점을 이야기했다”며 “구체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아직은 인식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포함해 외교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시간 예정된 협의는 1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지만, 피해자 측이 강조하는 지점이자 최종 해법안의 핵심 쟁점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와 사죄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여전히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으로, 피고기업의 직접 배상이나 배상금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한 후 피고 기업에 판결금 상황을 요구할 수 있는 ‘구상권’을 포기할 것도 추가로 거론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사죄 부분에 대해서도 밀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관협의회에서 근본적으로 기업의 직접 사죄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었고, 정부가 기존 담화를 계승하는 정부 입장 표명이 공신력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있었다”며 “어떤 방식이 좋을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렬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의지’ 표현이 담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일본 측이 계승을 표명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과거 담화를 계승하는 수준의 사죄가 피해자 측과 국민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남아있다. 당국자는 “발표문 형식이나 주체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핵심 쟁점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가 명확한 만큼 고위급 협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도쿄에 이어 2주 만에 서울에서 국장급 협의가 열리면서 실무자급에서 폭넓게 논의가 됐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입장차가 명확한 쟁점에 대해서는 고위급 논의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달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에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참석한다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견해차가 더욱 좁아지면 정부가 최종 해법안을 발표한 후 한일 정상이 만나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는 로드맵이다. 지난 12일 열린 공개 토론회에서 국민적 공분이 표출된 만큼 추가 토론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부는 배상 판결을 받은 15명의 피해자 중 3명의 생존자와 유가족과 직접 소통을 하며 정부의 계획을 설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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