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팝의 기반을 세우고, 글로벌 무대로 확장한 K팝 가요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설립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퇴진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다. 일부에선 최근 사측이 발표한 '프로듀싱 개편안'에 대해 반발, 비판했으나, 다수의 직원들은 이를 재반박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일 가요계에 따르면 SM에 17년간 몸 담아온 소속 가수 겸 배우이자 자회사 SM C&C의 사외이사 김민종은 전날 SM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수만 프로듀싱 종료’를 골자로 지난 3일 이뤄진 사측의 ‘SM 3.0’ 비전 발표를 비판했다.
김민종은 이메일을 통해 “이수만 선생님을 위해, SM 가족을 위한다는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공표된 말과는 달리 선생님(이수만)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대표의 발표로 임직원과 소속 아티스트가 충격을 받았다며, "SM을 위해서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감각이 필요하고, SM 창업과 발전에 일생을 바친 이수만 프로듀서를 예우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앞서 지난 3일 'SM 3.0' 시대를 선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독점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나 5개의 제작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는 변화한 시스템을 발표하며 “SM과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계약은 종료됐지만, 여전히 ‘주주로서’ SM을 응원해주시는 이수만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인사했다.
두 공동 대표와 이수만 창업주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이 대표는 이수만 대주주의 처조카이고, 2001년 SM에 입사한 탁 대표는 매니저로부터 출발해 대표까지 오른 인물이다.
김민종은 그러나 메일을 통해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두려워서 얼라인과 합의사항에 대한 이사회를 설 명절 당일 오전, 모두가 차례를 지내고 세배할 시간에 야반도주하듯 처리한 것이냐"며 “이 모든 일들이 SM가족은 물론 SM주주들의 장기적인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SM의 내부 분위기를 보면 이러한 의견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SM 직원들의 공동 대표에 대한 지지글과 김민종이 보낸 메일에 대한 비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아티스트로 함께 하고 있는 김민종의 의견과 안타까움은 SM을 이끄는 또 다른 주체인 상당수 직원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블라인드에는 "달라진 외부 환경에 맞춰 SM도 혁신적인 개혁안으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때에 물정도 모르고 비판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프로듀싱 개편안을 지지하고 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나 제대로 된 고민 없이 비판만 앞세워 분위기만 흔든다는 지적이 많다.
SM 3.0의 도입은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이 나온다. 멀티 제작센터와 레이블 체제로의 전환으로 글로벌 음악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의 효율성이 성과를 내리라는 기대가 높다. 주가도 올랐다. 이날 오후 12시 기준 SM 3.0을 발표한 지난 3일 종가 9만1000원보다 1.21% 상승한 9만2100원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