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시영재건축준비위, 신탁 방식 찬반 설문
신탁사 전문성으로 기간 단축, 공사비 리스크↓
반면 주민-신탁사 갈등에 조합 설립 선회하기도
“비용 절감 절실한 재건축 단지서 더 고려할 듯”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재건축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가 늘어나는 가운데, 신탁 방식을 검토하는 곳도 잇따르고 있다. 신탁 방식은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공사비를 검증할 수 있고, 조합 비리·갈등을 차단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특히 서울 외곽 사업지 등 사업 기간 단축에 따른 비용 절감이 관건인 단지에서 신탁 방식에 보다 관심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재건축 확정 통보를 받은 서울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는 재건축사업 추진준비위원회가 소유자를 대상으로 재건축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준비위는 지난 11일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건축 사업설명회에서도 신탁 방식에 대해 소개했다.
조사지에는 정비사업 재건축 찬반 여부를 비롯해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설문 항목도 담겼다. 구체적으로 신탁 방식으로 추진하는 경우, 준비위가 신탁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정비계획수립과 구역 지정 등 재건축 업무를 진행하는 데 대한 찬반을 묻는 내용이다.
준비위는 최대한 빠르게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신탁 방식을 통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신탁 방식은 신탁사가 수수료는 가져가도 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며 “조합 방식은 비상대책위원회 등 비공식 모임이 생겨 내분이 생기면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소유자가 조합을 세워 사업에 나서는 방식과는 다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 요건 이상에 해당하는 자가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것에 동의하면, 지정개발자인 신탁사가 단독으로 사업자 지정을 받아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즉, 사업 시행자가 조합이 아니라 신탁사다.
추진위원회 구성·승인, 조합설립 인가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사업 시행자 지정 이후 시공사를 조기 선정한다. 뒤이어 건축심의,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철거·착공, 준공·청산 순으로 진행된다. 공사비 산정 기준도 공사 원가에 장기간 조합 관리, 미분양 가능성 등 리스크 비용을 더하는 조합 방식과 다르다. 신탁 방식은 공사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 공사비를 산정한다. 또, 정비계획 수립을 신탁사 자금으로 비용을 대 신속히 추진할 수 있다.
현재 최근 GS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경기 부천시 한아름아파트1차,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등이 신탁 방식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모든 사업 과정을 신탁사에서 맡기 때문에 자금 집행 등 공정성 측면, 행정 집행의 신속성에서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막는 대신, 오히려 주민과 신탁사 간 갈등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신탁 수수료, 보편화되지 않은 방식에 대한 주민들의 이견 등 때문이다. 실제로 신탁 방식에서 조합 방식으로 선회한 단지도 잇따르고 있다. 용산구는 한남동 한성아파트의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공람을 이달 24일까지 진행 중이다. 당초 이 단지는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주민과 신탁사 간 갈등으로 사업이 더뎌 결국 자체 조합 설립에 나섰다.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의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도 주민과 신탁사 간 갈등으로 지난 2일 신탁사가 사업 철수를 최종 결정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탁 방식이 전문성이나 자금 조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여지지만, 오히려 수수료 비용 문제 등으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며 “또한 분양성이 높고, 사업 지연을 감당할 수 있는 지역은 굳이 신탁 방식을 택하지 않아 제도가 정착하지 않은 상태다.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낮거나, 비용 절감이 핵심인 서울 외곽 재건축 단지에서 신탁 방식을 더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